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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2021-12-20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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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유행 2년째’, ‘지구촌 달군 K-컬처’, ‘사건 사고로 얼룩진 군(軍)’, ‘부동산^취업난, 공정의 화두 던진 2030 MZ세대’…. 이제 얼마 있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신축년(辛丑年). 그 세밑에 국내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올해의 10대 뉴스 제목들이다.

이 2021년의 국내 뉴스 중 정치적으로 한 시대의 마감을 가장 상징적으로 알린 뉴스는 무엇일까. 노태우, 전두환 두 전 대통령의 잇단 부고 소식이 아닐까.

“비극적인 현대사를 장식했던 ‘쿠데타 주역’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이 한 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2021년 10대 뉴스선정과 함께 한 국내언론이 내린 짤막한 논평이다.


새삼 느껴지는 것이 권력무상이다. 동시에 벌써부터 궁금한 것이 있다. 임기가 이제 5개월도 안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날 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한 센텐스로 요약돼 기억될 수 있어야한다’- 성공한 대통령 평가와 관련해 나오는 말이다.

‘가장 위대한(The Greatest)’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 미국의 대통령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노예해방 하면 바로 떠올려지는 게 링컨이고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는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대통령이란 평가가 항상 따라 붙는 것처럼. 한국도 마찬가지다. 산업화 하면 박정희, 민주화 하면 김대중 식으로.

꽤 요란하게 출범했다. 촛불 혁명에, 적폐청산을 외쳐댔다. 동시에 추구해온 것이 소득주도 성장이었다. 평등과 공정, 정의의 구호와 함께 최저임금을 과감하게 인상해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다.

집권 마지막 해의 현실은 어떤가. 아파트 값 폭등과 함께 부동산정책은 거덜 났다. 청년일자리는 줄어들었고 영화 ‘판도라’에서 비롯된 탈 원전 정책은 거대 사기극임이 드러났다. 그토록 자랑하던 K방역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말이 아니게 됐다.

‘문 정권이 잘못한 일을 읊으려면 숨이 찰 지경이다’- 한 국내 논객의 한탄으로 참담하기 짝이 없는 중간결산이다.

조국, 윤미향, 추미애….‘내로남불’의 대명사라고 할까. 이런 이름들이 클로즈-업 되면서 평등, 공정, 정의는 무참히 짓밟혔다. 나름 보편성, 다시 말해 도덕적 우위에 바탕을 둔 한국형 좌파, 진보의 내러티브가 좌파 문재인 정권에 의해 철저히 망가졌다고 할까. 이는 아마도 문 정권 ‘최대의 치적(?)’으로 기록될 것 같다.


그 처절한 심정을 운동권 출신 변호사 권경애는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다하자고 언약하던 귀착점이 결국 이재명이냐?”

문재인을, 조국을, 또 검찰개혁을 수호한다며 문빠들이 그 세월, 그토록 난리치더니 결국은 부동산투기꾼에 조폭, 좌파 변방 중에도 변방인 경기 동부연합세력 등이 망라된 ‘대장동 카르텔’을 등에 업은 이재명으로 상징되는 더 조악한 좌파로 전락했느냐는 통한의 지적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고 하던가. 문 정권의 트레이드마크 격 세일품목 말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김여정이 국빈으로 초청되면서 화려한 남북 평화 쇼가 펼쳐졌다. 그 쇼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허상으로 드러났다.

그렇지만 ‘2018 평창 어게인’의 꿈을 버리지 않고 종전선언을 성공시켜 보겠다고 몸부림치고 있는 문 대통령이다. 집요하기가 가히 필사적이라고 할 정도다.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국제사회의 비아냥거림에도 아랑곳 않는다. 그리고 발걸음마다 평화프로세스를 세일하고 다녔다. 유엔총회연설에서도, 교황과의 만남에서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코스타리카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종전선언 지지를 당부했다. 그리고 호주 국빈방문에서도 장시간동안 종전선언구상을 설명하며 지원을 촉구했다.

종전선언에 대해 국제사회는 냉담하다. 아니, 미국 등 서방동맹국들은 부정적이다. 비핵화진전이 있기까지는 유엔의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것이 서방동맹의 입장으로 문 정부가 중재자역할을 견지하며 종전선언을 비핵화 견인수단으로 삼는다는 제안을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정치 구도가 미-중대결구도로 수렴되고 있는 현실에서 더구나 특히.

종전선언이 성사됐다고 치자. 그러면 북한과 중국, 그리고 국내 종북세력은 일제히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하고 나선다. 미군주둔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다음 수순은 한미동맹와해다. 그 종전선언을 전 외교력을 동원해 추진하고 있는 문 정권. 그 저의는 뭘까. 대선 승리란 정치적 목적에 더해 ‘혹시 용공은…’아닐까하는 의심의 시선마저 워싱턴으로부터 받고 있다.

그런데도 마치 몽유병자인 양 종전선언을 되 뇌이고 다닌다. 그러는 한편 역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진핑의 중국몽을 찬양한다.

국민의 81%가 중국을 적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코로나 19 중국 기원설 조사를 제기했다가 중국의 경제제재를 당한 반중(反中) 최전선국이다. 그 호주의 의사당에서 중국을 옹호하며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 동참의사가 없노라고 당당히 만천하에 알리고 있는 문 대통령이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마침내 개막됐다. 서방국가 정상으로는 문 대통령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예의 그 해맑은 미소와 함께 시진핑과 악수를 나눈다. 그리고 나온 것이 일방성의 종전선언이다…’ 가상의 시나리오다. 이게 그런데 현실화될 때 문 대통령은 어떻게 평가될까. 한 센텐스로 평가될 것이다.

위대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 번영의 버팀목이 되어온 ‘한미동맹을 무너뜨린 대통령’으로.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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