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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헛소리

2021-12-13 (월)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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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민간부문에서 성공을 거둔 사업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수십억 달러의 부를 일군 억만장자라면 당연히 세상을 꿰뚫어보는 남다른 통찰력을 지녔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솜씨까지 탁월하면 대중의 존경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니 일론 머스크처럼 천문학적 재산을 지닌 명석한 대부호가 입을 열 때마다 일반인들이 귀를 쫑긋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쉽게도 이번 주 일론 머스크의 입에서 나온 일련의 발언은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에 급급한 허접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의회가 바이든의 대규모 지출안을 승인하는 것은 솔직히 미친 짓”이라며 ‘더 나은 재건 계획’이 통과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재정적자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의 지출안에 포함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확충조항을 거론하며 “그것이 충전시설이건 테슬라 전기차건 나는 정부의 지원을 단 한푼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정부부조금을 모두 없애라”고 주문했다.

그의 발언 중 일부는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여우의 신포도에 해당한다. 테슬라는 이미 오래전에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기준을 넘어섰다. 연방정부는 전기차 한 대 당 7,500달러의 세금을 공제해준다. 그러나 이 같은 세제혜택은 제조사의 연간 차량 판매대수가 20만대에 도달할 때까지만 유효하다. 테슬라의 판매실적은 지난 2018년에 이미 20만대를 돌파했다.


여기에 보태 바이든 지출안은 제조사가 노조 인력을 사용할 경우 전기자동차 한 대당 4,500달러의 추가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테슬라는 노조 인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다. 충전소만 해도 그렇다. 사실 테슬라는 이미 수천 곳에 자체 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테슬라가 지닌 최대 강점이다. 따라서 최근 의회를 통과한 기반시설법안에 담긴 연방정부의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지급조항은 경쟁업체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에 테슬라에겐 오히려 불리하다.

정부의 지원에 반대하는 첨단 테크놀로지업계의 억만장자가 일론 머스크라는 사실은 아이러닉하다. 테슬라, 스페이스X와 솔라시티 등 머스크의 3대 핵심사업은 연방정부의 보조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했다. 필자를 비롯한 테슬라 소유주들은 수년간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두둑한 세금공제와 함께 숱한 인센티브를 받았다. 지구촌 전체로 확산된 2010년의 경기침체 당시 자금난에 몰린 테슬라는 연방 에너지부로부터 4억6,500만 달러의 긴급 융자를 받았다. 지금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았던 테슬라는 정부의 긴급 융자로 가까스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연방정부 외에 네바다 주는 테슬라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12억5,000만 달러 상당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솔라시티 역시 태양전지판 생산 및 설치와 관련해 각종 보조금과 세금공제 혜택을 누렸다. 그뿐 아니다. 스페이스X의 최대고객은 연방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 등 연방기관들이다. 게다가 스페이스X는 인터넷기반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로 오지의 인터넷 사각지역을 제거한다는 혁신적 시도로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수억 달러의 기금을 지원받고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를 통해 벌어들일 잠정 수입이 로켓사업의 수입보다 열배 가량 많은 것으로 추산한다.

머스크는 정부보조금 전면철폐 주장은 석유와 가스 산업에 대한 보조금도 함께 없어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이들에 대한 보조금 삭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맞지만 실제 액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 않다.

에너지정보청(EIA)의 2018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2016 회계연도의 경우 재생에너지 업계는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전체 에너지 보조금의 절반을 가져갔다. 재생에너지업계가 생산하는 에너지는 미국내 전체 생산량의 1/8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건 당연한 일이다. 청정에너지야말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해두자. 모든 정부 보조금을 없앤다면 청정에너지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예산적자에 대한 머스크의 논평 또한 실망스럽다. 그의 발언은 증거의 뒷받침을 전혀 받지 못한 공화당의 선택적 예산적자 타령을 앵무새처럼 되뇐 것에 불과하다. 지난 30년에 걸쳐 미국과 일본 정부는 방대한 재정적자를 냈지만 금리는 하강추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물가가 치솟고 있는 현 상황에서조차 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시장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이해한 것일까?

기반시설 지출은 필수적이다. 연방정부의 차입경비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기에 이에 대한 심각한 반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머스크는 미국이 더 나은 공항과 도로, 도시의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시설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투자를 막으려든다.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한 연방정부 투자는 1950년대의 컴퓨터 칩 투자와 대단히 유사하다. 컴퓨터 칩 투자는 신기술에 더 많은 지출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낮춘다는 전략이었다. 이는 인터넷의 거친 초기 버전인 알파네트(ARPANET)와 위치추적시스템인 GPS 개발을 가능케 만들었던 대규모 정부투자와 궤를 같이 한다. 스타업 전성시대의 연방정부 투자는 페이팔을 비롯한 신생 테크놀로지 업체들의 젖줄이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페이팔은 일론 머스크가 수십억 대의 부를 축적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제공한 도약의 디딤돌이었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 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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