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이제 끝자락을 드러내고 있다. 해마다 이 때쯤이면 벌어지는 이벤트가 있다. ‘올해의 인물’ 선정 작업이다. 2021년의 인물, 그 유력 후보는 누구일까.
“서방은 지고 동방이 부상하고 있다.” 이 외침과 함께 중국시대를 선포했던 것이 지난 1월이었던가. 이후 그의 이름은 하루도 전 세계 언론보도에서 빠진 적이 없다. 세밑이 되어도 그의 이름은 여전히 요란하게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 체제의 구조적 취약점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이와 함께 중국은 더 이상 굴기하는(rising) 세력이 아니라 쇠퇴하는 세력이란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는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다.
그는 누구인가. 14억 ‘중국인민의 영도’ 시진핑이다. 올해의 인물은 반드시 영예가 아니다. 선이든 악이든 지난 한 해 동안 뉴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인물을 뽑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파란만장의 한 해를 지냈다. 그런 면에서 시진핑은 마땅히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어야하지 않을까.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를 둘러싼 온갖 구설수에, 논란도 그렇다. 중국인민의 영도, 시진핑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우한에서 시작됐다. 그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가 계속 번져가고 있다.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샤이 성폭행의혹 거짓 해명과 함께 미투 폭로 해시태그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게 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다. 설상가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그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것을 신호로 자유 민주주의 세계를 중심으로 보이콧운동은 확산되고 있다. 1936년 나치 히틀러시절의 베를린 올림픽이후 가장 격심한 논쟁을 유발하고 있다고 할까. 그 논란의 근본적 원인 제공자도 따지고 보면 시진핑이다.
코비드 19 환자가 발생했다. 베이징은 은폐에 급급했다. 거기다가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기원 조사도 막았다. 그 뿐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음모설을 내세우면서 코비드 19 방역에 성공했다는 자화자찬 식 체제선전에 나섰다.
시진핑 체제, 그러니까 모든 권력을 독점한 독재자가 무한책임을 지는 1인 체제 공산전제주의의 폐해, 그 대가를 전 세계는 톡톡히 치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 그러면서 자행해온 것은 반인륜범죄에, 국제법을 무시한 군사적 도발이다. 회교 위구르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청소와 홍콩병합,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에서의 도발, 그리고 인도와 국경분쟁 등이 그것이다. 늑대전사를 앞세운 부채 함정 외교, 오만하다 못해 분노로 일그러진 팽창주의세력. 그 체제의 가증한 민낯이 드러나면서 비난은 시진핑에게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그 시진핑을 구소련의 독재자 스탈린과 동격에 올려놓았다. 시진핑은 ‘시틀러(Xitler)’로도 불린다. 잔인무도함에 있어 나치의 히틀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시진핑 본인이 정작 모델로 삼고 있는 인물은 20세기 최악의 도살자 마오쩌둥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 중국공산당 정부를 ‘반인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란 극한적 수사를 동원해 공격하고 나섰다. 다른 말이 아니다. 시진핑 체제는 정상적 관계를 가질 수 없는 체제로 보고 있다는 거다. 이는 미국만의 생각일까. ‘세계의 주요국가 국민들은 중국이라면 진저리를 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 들어 급격히 낮아졌다.’ 포린 어페어스지의 진단이다. 시진핑 1인체제가 불러들인 업보라면 업보다.
만난(?)을 무릅쓰고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예정대로 치러졌다. 그러면 시진핑체제의 중국은 당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세계인들의 인정을 받게 될까.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전망이다.
한 두 명의 코비드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수백만도시를 바로 봉쇄한다. 가혹하기 짝이 없는 시진핑식 방역이다. 2022 동계올림픽 예행연습 격으로 지난달 베이징에서 1인 썰매경주인 루지 월드컵이 열렸다. 200여명의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탑승한 여객기가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예의 그 가혹하고 괴이한 방역이 펼쳐졌다. 두 명의 선수가 코비드 의심환자로 지목되자 우주복 같은 것을 입은 중국 스태프들이 불문곡직 들이닥쳐 바로 연행하다시피 격리조치를 취했다. 다른 선수들도 버스에 4시간 이상 방치돼 소변을 병에 보는 등 곤욕을 치렀다.
시진핑 식 방역은 취재진들에게도 적용된다. 때문에 올림픽 취재 외국기자들은 케이지에 갇힌 원숭이 신세가 될 것이라는 게 현지 외교관들의 말이다. 그 같은 조치에 불평을 하면 중국인들의 낯빛이 달라진다. 공중위생의식도 없고 은혜도 모르는 외국인들이라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자유 민주주의 세계의 의식과 시진핑 1인 독재 공산전제주의의 세계관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계기가 돼 서방세계와 중국의 디커플링은 오히려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거다. 베이징의 시계는 도대체 몇 시를 가리키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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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