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4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외교 보이콧, 오미크론, 펑솨이 등 '삼중고'에 직면한 양상이다.
'발등의 불'은 올림픽에 정부 고위 인사를 파견하지 않는 '외교 보이콧' 도미노다.
미국이 6일 신장(新疆) 등에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외교보이콧을 선언한 뒤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멤버인 영국과 호주가 동참한데 이어 캐나다도 합류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들긴 했지만 뉴질랜드도 장관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동참했다.
인권을 명분으로 한 서방의 연쇄 보이콧 움직임이 더 확산하면 베이징올림픽은 국제사회의 축하 속에 중국몽(中國夢)을 세계에 알리는 무대가 되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중국의 굴기를 견제하는 서방과 중국 간 간극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 "결연한 반격 조치"를 예고했지만 신냉전으로까지 불리는 현 단계 미중 전략경쟁과 서방과의 '가치 경쟁' 등이 결부된 탓에 뾰족한 대응책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간소하게 대회를 치른다는 기조를 천명하는 한편 '초청도 받지 않은 서방 국가들이 왜 보이콧을 말하느냐'며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대외 강경 목소리를 대변해온 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 서방의 외교보이콧과 관련한 사설을 통해 중국이 경제, 군사 영역에서 한층 더 힘을 키워야 한다면서 인민 단결과 국익 수호에 대한 공감대를 강조했다. 가던 길의 경로를 조정할 것이 아니라 더 확고하게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역 만리장성'을 위협하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도 큰 골칫거리다.
중국은 작년 초 우한(武漢)에서의 난맥상을 거친 뒤 입국자 3주 시설격리와 확진자 발생지역 봉쇄 등을 철저히 시행하며 국제사회의 '위드 코로나' 흐름과 선을 긋는 '제로 코로나' 기조를 이어왔다.
올림픽 관련 방역 조치로 외국에서 온 선수와 관계자, 취재진 등의 동선을 경기장·선수촌·훈련장과 전용 차량, 전용 통로 등으로 국한한 채 '외부세계'와 차단하는 '폐쇄 루프'를 준비해 놓고 있지만 전파력이 특히 강한 오미크론 앞에서 고난도의 도전을 맞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을 완료한 대회 관계자에 대해서는 3주 격리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대회 방역 지침과 이미 예고한 '유관중'(국내 체류자에 국한) 기조를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초 불거진 테니스 선수 펑솨이(彭師)의 장가오리(張高麗) '미투(Me Too·성폭력 피해 폭로)' 사건도 꺼지지 않은 불씨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펑솨이와 지난달 21일과 1일 영상통화를 하면서 그의 신변이상설을 불식시키려 했지만 아직 그가 당국의 통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가 지난 2일 펑솨이의 안전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들의 개최를 모두 보류한다고 밝힌 가운데, 외신들이 바흐 위원장의 펑솨이 관련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중국으로선 부담이다.
특히 '성역'에 가까운 최고지도부(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 출신인 장가오리가 '가해자'의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강도 높은 조사와 처분 등을 하고 결과를 공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현재까지 이 사안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온 중국 정부로서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펑솨이에 대한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목소리가 분출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