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2,000여명의 러시아군 병력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됐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대대적 예비군 소집에 나섰다. 소문이 파다하다.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러시아가 내년 초 우크라이나를 또 다시 침공한다는 거다.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과 그 서부전선에서 분명 이상상황이 감지되고 있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동부전선에서도 이상상황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지난달 150대의 중국의 전폭기들이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데 이어 18대의 전투기, 5대의 핵폭탄투하 H-6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이 떼거리로 공중도발에 나선 것이다.
지난 주 같은 무렵 워싱턴에서는 한 주요 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리고 한 가지 주요 질문이 제기됐다.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타깃으로 동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은 두 권위주의 체제간의 사전 전략적공 모에 따른 것인 하는 것이다.
1950년 1월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당시 미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남한과 대만을 미국의 태평양방위선에서 대만과 한국을 제외시킨다는 연설을 했다. 그러자 마오쩌둥, 김일성, 스탈린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었다. 대만과 한국 어느 쪽을 먼저 침공할까 하는. 김일성의 주장을 스탈린이 받아들였다. 6.25가 발발하고 중국도 개입했다.
이와 유사하게 중국과 러시아가 머리를 맞댄 전략적 공모에 따라 유라시아대륙의 서부와 동부전선에서 동시에 도발을 해올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명확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 가지에는 동의했다.
사전에 의도적으로 합의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만과 우크라이나 두 곳에서 동시에 군사적 도발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경우 미국은 심각한 안보 딜레마에 몰릴 수도 있다는.
우크라이나와 대만. 두 나라가 처한 상황은 판이하면서도 흡사하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도 그 독립을 인정해왔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실지회복의 대상으로 볼 뿐 중국은 애당초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더 정확히 말하면 푸틴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은 달라졌다. 과거 소련제국의 영토를 모두 되찾아 ‘대러시아’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푸틴의 야망이다. 그 일환으로 푸틴은 과거 소련연방의 일원이었던 조지아공화국, 우크라이나 등을 대상으로 살라미전법을 통한 영토 확장정책을 구사해왔다.
시진핑의 대만정책도 마찬가지다. 남중국해의 산호초 등을 인공 섬으로 만들고 영유권을 주장한다.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열도, 한국의 이어도 등의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도발을 하는 등 근본적으로 영토 확장정책의 연장이 대만정책이다.
우크라이나가, 대만이 무너지면 어떤 결과가 오나. 우크라이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다음 차례는 구소련에 속해 있던 리투아니아 등 발틱 3국이 타깃이 될 수다. 유럽의 안보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대만이 중국에 점령되면 일본이, 더나가 한국 안보도 흔들린다. 남중국해, 동중국해는 말 그대로 중국의 내해가 된다. 중국은 서태평양지역의 패권국가로 부상하고 미국의 입지는 크게 줄어든다.
그러므로 대만은 말할 것도 없고 우크라이나도 중국, 러시아 두 권위주의 세력과의 대립상황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역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는 나토동맹국이 아니고, 대만도 명시된 미국의 우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대만과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당할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에 나설 것인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 침공 시기는 베이징동계 올림픽 직후와 직전설로 혼선을 빚으면서.
‘이 정황에서 북한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이 던진 질문이다.
중국은 뭔가 불길한 일을 꾸밀 때마다 ‘관심 돌리기’용으로 북한 카드를 사용해왔다. 일종의 ‘미친 개 풀기’작전이랄까. 북한의 도발을 통해 한국, 미국, 일본의 시선을 한반도에 쏠리게 하는 수법을 구사해왔던 것.
중국은 또 한 차례 북한카드를 사용할 타이밍이 됐다는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 더 힐의 진단이다. 대만위기가 고조되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서부와 동부, 모든 전선에서 이상상황 발생, 2021년 신축년 세밑과 함께 켜진 경고음.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미국과 서방, 자유민주의 진영과 중국, 러시아를 축으로 한 권위주의 세력 간의 대립은 자칫 냉전이 아닌 열전(熱戰)상황으로까지 번질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110개 자유민주주의국가, 대만도 초청된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주재 중국대사와 러시아대사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에 전례 없는 공동기고문을 통해 미국을 냉전 획책 세력으로 신랄하게 공격하고 나선 데서 상황의 심각성은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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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