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무엇인데요?’
2021-11-17 (수)
김홍식 은퇴의사 라구나우즈
우리 한국인들 각종 모임에서의 음식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여러 형태의 모임을 자주 갖게 되는데 그런 모임들에 자연스럽게 따르는 것이 먹는 일입니다. 한미 양쪽 문화권에 살면서 일상 경험하는 이 음식문화의 차이를 생각해봅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병원 환영파티로 어느 의사의 집에 초청을 받았을 때를 기억합니다. 파티라 하여 거창한 것 기대하며 참석했더니 간단한 먹거리에 콜라와 포도주 정도인 것에 실망스러워했던 기억입니다. 미국인들의 모임에는 대개 과자 부스러기 정도나 잘 준비했다면 피자인데 반해 한국인들 모임은 표현 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입니다. 그렇게 많이, 그리고 다양한 종류를 준비해야 성의있는 손님 대접으로 인정받는 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생명체의 생존기능들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적응’(Adaptation)입니다. 환경이나 주변 상항의 변화에 따라 적응해나가는 자기보호 작용인데 그 기능이 고장 나면 병이 생기는 것이지요. 우리 몸은 더울 때는 땀을 흘려 식히고 추우면 몸을 움츠려 열 방출을 방지하고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보면 얼른 굽히기를 스스로가 알아서 하여 자기 몸을 보호하는데, 그 기능에 문제가 있는 듯한 한국 아줌마들 얘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 어렸을 땐 많은 질병들이 영양부족과 관계있었기에 아이들에게 많이 먹이려고 했던 것이 정상적 적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한 지금엔 대다수 질병이 너무 잘 먹어 영양과다 때문에 생기는 병들입니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한다느니 짐에 간다느니 하여 조금이라도 더 빼내려 야단들인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한인들은 그 상황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무조건 많이 먹이는 것이 좋은 육아법이요 성의 있는 손님대접으로 생각하여 어떻게든 더 많이 먹이려 합니다. 살 빼야 한다고 야단 하면서도, 안 먹겠다는 데도 억지로 더 얹어주려는 더블 스탠더드를 적용하기에 미국 문화권의 자녀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그 모임의 목적이 먹는 위주의 모임인지 대화와 사귐을 위한 것인지, 목적과 성격에 따른 적응이 있어야함에도 여기에도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식당에 가는 것이야 주 목적이 먹기 위함이지요. 그런데 집 같은 데서의 모임은 모처럼의 만남이기에 포도주잔 주고받으며 대화를 즐기고 싶은데도 주변에서 음식준비니 설거지니 왔다 갔다 하며 딸그락거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수선스러움 때문에 대화 분위기가 다 망가져버립니다. 지금, 귀한 분들 오시라고 모셨는데 성의 없이 대접할 수 있느냐며 그렇게 하는 우리 집 얘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들 칼로리 줄이려고 안간힘 쓰는 세상인데 우리들 중 못 먹어서 더 먹으려 환장하는 사람 있는지요? 지금 우리들이 굶주린 것은 음식이 아니요 대화와 교제입니다. 한국에서는 추석 같은 명절 때 시집 가족모임 이후 이혼율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한국 여성들의 음식준비 스트레스와 그것으로 인한 불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모임의 목적과 주 의도 생각함 없이 먹는 것이 주 목적인양 무조건 음식 더 많이 준비하려고만 하고 그래야만 좋은 며느리로 평가하려는 것은 수영장에 가면서 넥타이 정장으로 가고, 장례식장에 수영복 차림으로 가려는 것과 비교 될 상황판단 적응력에 문제 있다는 것임을 인식하며 이젠 모임에서의 한국식 음식문화는 개선해야할 일임을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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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은퇴의사 라구나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