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독일의 철학자 요한 고트프리드 헤르더가 1769년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독일어 단어 Zeitgeist는 영어권에서도 그대로 사용된다. 시대정신은 한 시대의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이나 사상으로 정의된다.
한국의 대선시즌이면 소환되어온 이 시대정신이란 말이 그렇다. 진부하다 못해 희화화되고 있다고 할까 할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3류도 못되는 4류로 치부됐었다. 그 한국의 정치가 아시타비(我是他非), 다시말해 ‘내로남불의 시대’ 들어서면서 시대정신이란 말은 아예 ‘허무 개그’가 되고 말았다.
‘시대정신? 아! 그런 게 있었지…’- 막장드라마만 펼쳐지고 있는 대한민국 20대 대선정국과 관련해 한 국내 논객이 내뱉은 한탄이다. 허탈감이 짙게 묻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본다. 이번 한국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국민 10명 중 6명 정도는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함께 주저앉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도 계속 내려가고 있다. 잘 못 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계속 올라가 잘 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보다 20% 포인트 정도 높다.
대선 본선을 앞둔 11월 초 현재의 대체적인 여론동향이다. 여기에 한 가지 주목할 또 다른 여론조사결과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 대한 신뢰도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거의 70%에 이르고 있다.
왜 절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현 집권층에 이 같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나. 답은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586운동권권력. 조국, 추미애, 또 뭐가 있더라. 문빠. 대깨문, 더 나가 머지않아 태어날지도 모를 대깨명. 이런 것들에 신물이 낫기 때문이 아닐까.
공정과 정의를 시대정신으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약속했다. 그리고 지내 온 4년 반의 세월. 문재인과 586운동권 정권의 속살이 여지없이 드러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개그의 소재가 되고 있다.
오직 문빠의, 문빠에 의한, 문빠를 위한. 그러니까 586좌파세력 중심의 부족주의(tribalism) 정권이 문 정권의 실체로 진보사학자 강준만교수는 ‘부족의, 부족에 의한, 부족을 위한’ ‘밥그릇 공동체’에 가까운 짝퉁 진보정권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까 도둑정치(kleptocracy)가 문 정권이 내보이고 있는 또 다른 속성이라는 거다.
문 정권의 전반적 행태를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는 한마디로 부족주의라는 것이 강교수의 지적으로 부족주의를 공고히 하는 요소로 강성 문빠를 지목했다.
이 부족주의에서 출발해 진화된 것이 현대정치의 파시즘이다. ‘우리 아니면 적’이란 식으로 편 가르기를 통해 대중을 선동한다. 자신들의 진영은 희생자란 믿음을 확산시켜 지도자를 신성시하며 그 지도자를 비판하는 세력은 ‘박멸해야 할 적’으로 취급한다.
강성 문빠, 혹은 대깨문들이 보이고 있는 준 컬트같은 사교적 행태가 바로 그렇다. 각종 범죄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십자가를 진 예수로 비유하는 문빠들의 의식구조에서 그 극단의 예가 발견된다.
여기서 태동된 것이 이른바 K독재다. 히틀러의 강성 파시즘과 구별되는 연성 파시즘의 한국버전이라고 할까.
이코노미스트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민주주의 결손이 심화되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민주주의가 독재정권으로 퇴행해가는 과정을 4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첫 단계에서 국민들은 국가 위기 사태에서 위기 극복을 약속한 지도자에게 표를 몰아준다. 이렇게 집권한 지도자는 쉴 새 없이 가상의 적을 만들어내고 공격한다. 그게 두 번째 단계다. 집권세력에 방해가 되는 독립적 기관(사법부?검찰?감사원 등)을 거세한다. 세 번째 단계다. 마지막 단계는 언론을 장악해 여론을 조작해 영구집권을 꾀한다.
촛불시위를 틈타 집권한 문 정권, 이후 4년 여 세월 한국정치 흐름에서 그대로 일어난 일이다. 마지막 단계인 언론장악은 그 수단인 언론 징벌법 입법화가 국내외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거센 저항으로 연기돼 미수에 그친 것만 빼놓고. 이와 병행해 드러내놓고 추진해온 것이 한미동맹을 뒤흔드는 친중에, 종북 프로젝트다.
586운동권권력은 대선을 앞두고 악성 전이 증상을 보이고 있다. 부패 공동체로 그 모습을 드러낸 종북 성향의 변두리 좌파세력과 야합, 이재명의 깃발아래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력이 대선에서 승리한다. 그 뒤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베네수엘라 행 급행열차에 올라타는 거다. 좀비 민주주의, 그러니까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민주체제로 가는 것이다.
여기서 앞서의 ‘2022년 한국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하는 그 질문으로 돌아간다. 답은 여론조사의 행간 행간을 통해 들려오는 처절한 외침에서 찾아지는 것은 아닐까.
‘도둑정치 혁파’, ‘K독재를 막아라’ ‘문빠 권력 노(No)’ 등이 그 외침으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정상화’가 바로 그 시대정신이다. 이재명의 대항마로 윤석열이 선택된 것도 다름 아닌 이 시대정신의 요구다. 홀로 필마단기로 문 정권, 586운동권권력과 싸워온 인물이 그 이기에.
정권교체의 여론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선거 날까지 앞으로 4개월은 여전히 시계 제로의 험로다. 선거에서 지면 모두 죽는다는 부족주의 멘탈리티에 갇혀 있는 586세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지키려 들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평양 등 바깥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그러니….
<
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