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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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계기로 콘텐츠산업 확대돼야

2021-11-05 (금) 이양환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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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방영 후 지금까지 넷플릭스 가입자의 절반이 시청했다는 이 드라마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등의 놀이와 한국의 사탕으로 알려지게 된 ‘달고나’까지 전 세계인의 관심사로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오징어 게임’의 성공 요인에 대한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자 이 드라마의 시나리오가 10년도 더 전에 쓰였고 여러 번 제작을 거절당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시나리오를 쓴 황동혁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당시의 계속된 제작 거절의 이유가 ‘내용이 너무 낯설고 난해하며 살벌해서’라며 지금에 와서 빛을 본 것은 세상이 이런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살벌하게 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감독의 말처럼 ‘오징어 게임’은 경제발전으로 심화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뛰어난 연출력과 ‘섬뜩한 유머와 기발한 미장센(르몽드지)’으로 표현하고 이러한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방식이 지금 통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오징어 게임’이 사용한 방식을 벤치마킹하면 전 세계적인 흥행작을 계속 만들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콘텐츠 산업에 대한 소비자의 취향은 계속 바뀌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 현상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것은 무엇일까.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앞서 언급된 많은 요인들과 더불어 그동안 한국 콘텐츠 산업이 쌓아온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축적된 결과다. 혁신은 축적의 결과물이라고 하는데 아카데미를 정복한 ‘기생충’, 전 세계인의 아이돌이 된 방탄소년단(BTS)의 성공도 수십 년 동안 축적됐던 우리 영화·K팝 선구자들의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이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또 다른 ‘오징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축적된 경험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독창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오징어 게임’과는 다른, 기발하고 참신한 성공작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금 숨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책적 측면에서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오징어 게임’의 사례를 투영해보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 보완해나감으로써 콘텐츠 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스케일업 과정이 진행돼야 한다. 우선 양질의 콘텐츠가 계속 제작될 수 있도록 투자가 지속돼야 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제작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인력 양성이 좀 더 강조돼야 한다. 그리고 지식재산권(IP)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공정한 수익 배분이 가능한 환경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와 제작자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또 이러한 스케일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정부도, 국회도, 시장도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펼쳐지고 있는 우리 콘텐츠의 환상적 향연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면 당장의 성과보다 인내심을 갖고 스케일업 과정을 기다려줘야 한다. 모두의 노력 속에서 우리나라가 문화의 힘으로 세계에게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양환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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