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11월 개시, 금리 인상 신호는 아냐”

2021-11-04 (목)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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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레 잡고 경제 조기회복·정상화 본격 시동

▶ 기준금리 0.00~0.25% 유지, 내년 하반기 첫 인상

연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11월 개시, 금리 인상 신호는 아냐”

연준이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종료하며 11월 테이퍼링 시작을 선언했다. 뉴욕증시도 이같은 소식에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하며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로이터]

FOMC 발표 분석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3일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의 11월 시작을 선언하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통한 경제 조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는 예상보다 빠른 경제 회복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부담이 이번 결정의 주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빠른 금리 인상에 선 그어


월가와 시장이 테이퍼링 개시를 조속한 금리 인상으로 해석할 것을 의식한 듯, 연준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연준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현 0.00~0.25%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월가와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기준금리가 빨라야 내년 여름에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 가을이나 겨울 등 연말로 늦춰질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날 발표된 CNBC 방송의 전문가 대상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4%가 내년 7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테이퍼링이 끝난 뒤 거의 곧바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내년 6월 첫 금리 인상 가능성을 58%, 12월 두 번째 인상 가능성을 73%로 각각 반영하고 있다. 이는 상황에 따라 첫 금리 인상 가능성이 9월이나 12월로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은 소비자에게는 모기지와 자동차론, 크레딧카드 금리 등 거의 모든 대출 금리가 오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경제에는 소비 위축 등 양날의 칼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에 앞서 충족돼야 할 경제 상황에 보다 엄격하고 다른 기준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아직은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다. 고용과 노동 참여 측면에서 최대 고용률을 달성할 근거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테이퍼링 시작 ‘적절한 시점’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이미 ‘제로’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 추가 경기부양을 위해 채권 등 금융자산을 직접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종의 비상수단이다. 장기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억제함으로써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이 정책의 취지다.


대유행 직후 ‘무제한 양적완화’까지 선언했던 연준은 작년 중반 이후 매달 800억달러 상당의 미 국채와 400억달러 상당의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월 1,200억달러를 꾸준히 시장에 풀고 있다. 따라서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월 150억달러씩 줄여나가기로 결정한 것은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향한 첫 걸음으로 받아들여진다.

■물가·부동산 과열도 배경

연준이 테이퍼링 시작을 결정한 것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1∼2분기 곤두박질쳤던 미 경제는 이후 5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장기 평균 2%의 물가상승률과 최대고용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을 확인해야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연준의 입장이었는데, 사실 물가의 경우 ‘회복세’가 너무 빨라 걱정이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9월 전년 동월보다 4.4% 올라 30년 만의 최대폭 급등을 기록했다.

결국 천정부지로 치솟은 자산 가격이 연준에 큰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양적완화는 필연적으로 시장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택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발생하면서 집값을 지나치게 끌어올린 것도 테이퍼링 시작의 배경이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최근 연준의 일부 ‘매파’(통화긴축 선호) 위원들은 연준의 매월 400억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이 부동산 시장에 가격 상승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고 MBS부터 테이퍼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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