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릭스에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오징어게임’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이 결국은 돈과 결부될 수밖에 없고 돈과 목숨을 맞바꿀 수 있다는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또 그 이면에는 인간이기에 갖게 되는 도덕성의 암시를 준 잔혹하지만 휴머니즘이 깃든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우리 때는 게임이 아니라 놀이였다. 고무줄 치기, 공기놀이, 구슬치기, 작대기 놀이, 땅따먹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얼음 땡…. 너무도 많아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골목 놀이가 많았다. 더군다나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개발되고 널리 유행되었으니 우리의 놀이는 무궁무진했다.
좁쌀이나 마른 콩을 낡은 천에 넣고 둥그렇게 꿰매어주면 그걸로 친구들과 편을 갈라 서로 던지고 공을 맞은 상대가 선 밖으로 나가고 남아있는 수가 많은 편이 이기는 오자미 놀이도 생각이 난다. 아이들이 맞으면 아플까 봐 엄마들은 먹을게 귀했음에도 불구하고 곡식을 놀잇감으로 만들어주신 지혜도 엿보인다.
고무줄놀이 또한 기다란 검정 고무줄 하나로 여럿이 즐길 수 있는 놀이다. 양옆에 두 명이 서서 호흡을 맞추어 돌리는 줄에 폴짝폴짝 뛰다 고무줄에 닿으면 아웃인 단순한 게임이지만 키가 크는 운동으로는 최고이자 단체로 놀기에 이만한 게임이 또 있나 싶을 만큼 시간과 공간과 비용 대비 최고의 골목놀이라 할 수 있다.
돌멩이 하나로 노는 게임도 살펴보자. 돌멩이로 땅바닥에 직사각형을 크게 작게 그린다. 1부터 10까지 숫자를 그려넣고 그 숫자에 한 명씩 돌멩이를 던져 외발로 건너며 던져진 숫자를 건너뛰기 해서 맨 끝까지 선을 밟지 않고 가면 이기는 게임이다. 이것 또한 어릴 때부터 숫자 개념을 익히며 몸의 균형감각을 익힐 수 있는 놀이라고 볼 수 있다.
오징어는 바다에서 사는 작은 생물이지만 우리에게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먹거리이다. 막 잡아 올린 오징어는 그 자리에서 회로 먹고, 무를 숭덩 썰어 넣으면 국물이 시원한 찌개가 되고, 오징어순대처럼 모양 그대로 살려 보기에도 좋은 멋진 음식이 되기도 하고, 매운 덮밥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게 바로 오징어다.
이렇게 서민적이었던 오징어가 새로운 시각으로 미국에서 받아들여지고 누구나 직접 따라 해보고 싶은 게임이 되었다니 한 나라의 문화가 주는 파급효과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한국의 문화가 나오게 될지 이제는 믿어 의심치 않고 오히려 다음엔 어떠한 콘텐츠로 놀라게 할지 세계인들은 듣고 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고맙고 자랑스럽다. 오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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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