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콜 클래식] 오페라와 뮤지컬
2021-10-29 (금)
이정훈 기자
오페라와 뮤지컬은 다르다. 언뜻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오페라와 뮤지컬은 전혀 다른 예술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하나는 음악회이고 다른 하나는 생음악이 연주되는 극장(?)일 뿐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오페라의 목적이 성공적인 공연이라면 뮤지컬의 목적은 성공적인 사업에 있다. 즉 처음부터 대박이 목적이고 또 대박을 쳐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극장에서부터 그 분위기가 사뭇 차이가 난다. 벌써 로비에서부터 그 떠들썩한 분위기가 다르다. 옷차림도 캐주얼하고 공연이 시작되면 만원경을 들이대고 무언가를 꼼꼼히 챙기려는 오페라의 관객들과는 달리 뮤지컬 극장에서 만원경을 들이대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같은 무대, 같은 음악이 흐르는 장소인데…무엇이 다른 것일까?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은 무엇보다도 음악(가수)에 대한 개념부터 차이가 있다. 즉 대박난 오페라에는 가수가 있지만 대박난 뮤지컬에는 무대를 만든 연출가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뮤지컬을 본다는 것은 음악보다는 무대를 보기 위해 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오페라든 뮤지컬이든 가수 없는 무대는 생각할 수 없다. 가수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다만 공연의 성패를 좌우할만큼 뮤지컬에서는 그 역할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오케스트라의 퀄리티도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이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다. 프로덕션이 시시한 뮤지컬만큼 김빠진 맥주도 없다. 돈주고 봐도 아깝지 않다고 느껴질 만큼 환상적인 무대…거기에 더하여 감미로운 음악까지 더해 진다면…
지난 9월 중순부터 뮤지컬의 본가 (뉴욕) 브로드웨이가 일제히 개막, 뮤지컬 팬들의 발걸음이 다시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SF 브로드웨이 뮤지컬(shnsf)에서도 지난 8월 ‘해밀턴’을 시작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10월13일~11월7일) 등을 공연 중에 있으며 ‘My Fair Lady’(11월2일~11월28일), 내년 시즌 ‘오클라호마’, ‘앵무새 죽이기’ 등 유명 작품들을 속속 공연할 예정으로 있다.
벌써 오래전의 이야기이지만 일부 뮤지컬 시장과는 달리 심포니, 오페라 등은 매년 관객 감소로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최근 ‘해밀턴’ 등으로 대박난 뮤지컬 분야와는 달리 교향악단이나 오페라 등은 돈벌기를 포기한지 이미 오래 전이다. 공연당 들어가는 예산은 뮤지컬의 몇 배 수준이지만 막상 나오는 돈은 예산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페라 컴페니가 당장 망하거나 또 질적으로 쇄락일로는 걷는 것도 아니다. 예산이야 어찌됐든 오페라는 또 오페라 나름대로 市 정부를 비롯 강력한 후원단체를 바탕으로 그 맥락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매년 적자(赤字) 생존에 따른 그 질적 하락이다. 불확실한 예산 조달로 쩔쩔매는 오페라와는 달리 돈버는 뮤지컬은 그 수입원을 대부분 입장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시사철 바쁘게 돌아간다.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은 오페라로 착각되는 뮤지컬로서 유명하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의 합작으로 1986년에 첫 선을 보인 뒤 지금껏 60억 달러 이상 벌어들인 가장 성공한 공연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비교적 소도시에 속하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지난 93년부터 98년까지 최장기 공연을 기록하는 등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잘 만든 작품 하나가 수천 명을 먹여 살리고 있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라 불리우는 장르로서 목적은 다소 다르지만 무대와 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원리는 같다. ‘오페라의 유령’이 그 한 예로서 이 작품은 단순히 상업예술로만 국한하기에는 음악적으로도 너무 훌륭하며 무대 또한 오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유형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물론 오페라의 경우 아무리 무대가 훌륭해도 노래가 따라 주지 못하면 결국 죽 쑨 무대에 그치고 말지만 뮤지컬에서 배울 점은 그 확실한 역할 분담인지도 모른다. 음악은 웨버가 맡고, 무대는 매킨토시가 맡는다 등…꼭 흥행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지만 오페라에도 ‘투란도트’와 같은 작품이 말해주듯 거대 프로덕션을 통해 대중을 불러모을 수 있는 작품들은 얼마든지 있다. 베르디의 ‘아이다’, 도니제티의 ‘루치아’, 벨리니의 ‘노르마’, 로시니의 ‘윌리엄 텔’ 등 무대만 압도적이라면 음악적으로 대박날 수 있는 작품들은 얼마든지 있다. 80년도 중반에 선보였던 오페라 ‘메피스토펠레’는 SF오페라가 애써 만든 무대효과 때문에 그 해의 대박난 오페라로서 크게 자리매김한 바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무대 효과일 것이다. 오페라의 경우에도 (그 대중화를 위해) 음악과 무대의 역할 분담이라고나 할까, 오페라와 뮤지컬의 만남…제 2의 ‘팬텀 오브 오페라’와 같은 새로운 패턴의 오페라의 탄생을 한번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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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