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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를 보면서

2021-10-27 (수) 홍용식 은퇴 항공우주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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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발사가 있었다. 아쉽게도 궤도진입용 로켓의 연소시간 미달로 하중(payload)의 궤도진입에는 실패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로우주센터 현장에서 연구진을 격려하고 강력한 정부지원을 약속하였다. 곧 이어 이번 발사는 90%성공이라는 평이 나오고, 연구개발팀에서는 비행시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런가하면 한 신문기자는 ‘성공’과 ‘실패’ 둘 사이에 중간은 없다는 좀 선동적이고 비판적인 기사를 내어 젊은 연구과학자들을 서운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혼동을 보면서, 우리나라 초기 우주연구개발에 참여하였고 그 발전을 지켜보아온 40년 경력의 항공우주공학자로서 나의 의견을 말하고 싶다.

모든 기계는 시제품이 나오면 여러 가지 시험을 통해서 결함을 찾아내고 이를 수정하면서 최종상품이 완성된다. 이번 누리호는 최종 상품상태의 발사체가 아니라 실 환경에서 처음 발사한 것으로, 숨어있던 또는 미처 예상 못했던 결함을 찾아내고 이를 수정하는 데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우주발사체는 지상에서 재현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작동하며 안전성을 생명으로 하는 수많은 초정밀부품의 결합체이다. 더구나 이들 부품의 대부분은 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이 대단히 어려운 것들이다. 이것을 우리 자체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연구원들은 물론이지만 민간 참여업체들의 기술수준이 이렇게 향상되었는가 놀랍기만 하다. 우리나라 항공우주사업 육성초기에 나는 민간기업 대표들을 인솔하고 외국의 항공우주산업계를 여러 번 시찰하였고 국제심포지엄을 몇 번 개최하기도 하였다. 그 때에는 무엇을 봐야할지 또 무엇을 물어볼지조차 몰랐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들이 잊혀지고 누리호는 마치 개발이 끝난 발사체로 실용위성의 운반이라는 분위기가 언론에 의해 조성되어 버렸다. 현장 실무 팀의 한 책임자인 나의 제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 비행시험에서 필요했던 자료를 만족스럽게 얻었고, 궤도진입 로켓 문제를 발견하였고 수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얻었으므로 연구원들로서는 목적을 달성한 비행발사였다고. 그렇다. 이러한 것이 개발이다! 우리는 이것을 이해하고 그들을 격려해야한다.

우주센터 로비에서 있었던 문 대통령의 격려메시지와 우주개발연구의 강력한 지지약속은 뜻밖이었다. 그는 참여연구원들을 주위에 참석시켜 크게 격려하고 치하했다. 평화적 우주개발사업의 중요성을 본인의 숙원사업인 듯 열렬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좋은 인상을 남겼고 고무적이었다.

옆에서는 핵탄두 미사일이라는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지만 우리는 평화적 우주개발을 목표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과학기술의 우위를 증명하는 자랑이 될 수 있다. 다만, 집 밖에 중무장한 폭도들이 몰려있는데, 뒷문을 열어놓고 경비원 없이 집 안에서는 더 크고 화려한 증축설계에 몰두하고 있는 꼴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안보에는 작은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홍용식 은퇴 항공우주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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