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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과도기 전략

2021-10-25 (월)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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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몇 평론가들의 주장대로 우리는 1970년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사실 1970년대와 현재 사이에는 놀랄만한 유사점이 존재한다.

치욕으로 점철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베트남에서 미국이 겪은 패배의 메아리처럼 들린다. 경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경제성장은 지지부진한데 물가는 오르고 있다. 1970년대 당시, 미국의 우월성을 위협한 새로운 경제 강대국이 일본이었다면, 지금은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 같은 비유가 지극히 피상적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신경을 써야할 두드러진 유사점도 존재한다. 바로 임박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다.


미국의 가솔린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50%이상 올랐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역시 같은 기간 500퍼센트 수직상승했다.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아시아의 전력회사들은 가격잠금(lock-in) 조건으로 액화천연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기록적인 가격을 감수해가며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초대형 비료생산업체가 높은 에너지비용을 견디지 못한 채 영국 내 공장 두 곳을 폐쇄했다. 문제는 앞으로 다른 산업부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올겨울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 소비자들의 난방비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얼까? 가장 간단한 대답은 에너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태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요-공급 사이의 불균형을 초래한 요인으로는 극단적이고 예측 불가한 날씨와 에너지 저장과 비축 및 송유관에 관한 정부의 잘못된 결정 등이 꼽힌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공통요인은 많은 국가들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고, 이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조만간 해결될 것이지만, 현재로선 화석연료를 대체할 그린에너지가 충분치 않다.

이해를 돕기 위해 수치부터 살펴보자. 지난 2019년, 글로벌 에너지 소모량의 80% 이상을 석유, 석탄과 천연가스 등 3대 화석연료가 담당했다. 풍력발전이 전체 전력소모량의 2%를 공급했고,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1%를 살짝 넘어서는데 그쳤다. 풍력과 태양광이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이들의 발전량이 지금보다 2,500% 가량 늘어나야 한다. 청정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최소한 3년 이상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과도기 전략이다. 과도기적인 에너지 전환전략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기후불순, 저장설비 불량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에너지 공급시스템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현대사회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이 같은 충격이 느껴질 때마다 정부는 전력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자. 독일은 과거 수십년에 걸쳐 재생에너지의 공급을 파격적으로 늘렸다. 그러나 지난 2021년 1분기 전체 발전량의 56%가 석탄, 가스와 원자력 등 독일 정부가 폐기를 추진하는 에너지공급원에서 나왔다. 특히 독일 전체 전력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27%로 뛰었다.

서방의 에너지 전략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모순덩어리다. 가솔린 가격이 급등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OPEC에 원유증산을 간곡히 요청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자국의 오일과 가스 생산 감축을 독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아랍국들에게 원유증산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유럽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가스관을 통해 더 많은 천연가스를 공급해주기를 희망한다. 물론 유럽국가들은 저마다 자국의 천연가스 생산을 억누르고 있다.

진지한 에너지 전략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서둘러 축소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중심축을 이동하는 것이다. 이렇게만 해도 탄소배출량를 거의 절반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 사실 2005년에서 2019년 사이에 이루어진 미국의 탄소배출량 감소는 석탄에서 가스로 전력발전 연료를 교체한 결과였다. 3대 화석연료 중 탄소배출량 1위가 석탄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쉬운 방법이 있다. 환경연구회보는 2만9,000개 이상의 화석연료 발전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를 통해 이들 중 단 5%가 전력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탄소배출량의 73%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기에 해당하는 1,400여개의 화력발전소의 발전연료를 그린 에너지로 바꾸는데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덧붙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존의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오일과 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누출을 7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의 중장기 에너지 전략의 목표는 지구촌의 전력수요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어야 한다. 전망은 밝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생산경비가 극적으로 떨어져 이제는 화석연료와의 가격경쟁이 가능해졌다. 이전에 비해 발전장비의 설치도 한결 쉬워졌다. 한때 간헐적 전력공급원이 지닌 최대 난제였던 저장 문제도 배터리의 성능이 급속히 개선되고, 다른 저장 솔루션이 속속 등장하면서 점차 해결되고 있다. 물론 이 분야의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할 필요가 있지만, 진정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목표점에 도달할 때까지 원활한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면서 탄소배출량을 지속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에너지쇼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린 정책이 역류에 휩쓸릴 수 있다. 이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은 1970년대의 민주당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의 닮은꼴처럼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 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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