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 연방검찰이 깜짝 놀랄 발표를 했다. 33명의 부유한 학부모들이 ‘예일’ ‘스탠포드’ ‘조지타운’ ‘사던 캘리포니아’등의 명문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부정을 저질렀다는 보도였다.
이 음모의 중심에는 윌리엄 싱어라는 악덕 입시 상담사가 있었다. 싱어의 부정입학에 어느 유명 로펌회장이 딸을 위해 7만5,000달러를 지불했으며, 심지어 120만 달러를 지불한 학부모도 있었다니…. 한국의 조국 사태 때 부인 정경심 교수가 조민이라는 딸의 의학전문 대학원 부정입학을 위해 그 누구보다 양심적이고 공정해야할 교수라는 사람이 재직 중인 동양대학교 총장의 표창장을 위조했다. 한국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가진 자와 소위 힘있는 자들이 벌이는 이 아빠찬스, 엄마찬스로 인해 드러나지 않은 얼마나 수많은 피해자들이 좌절과 고통을 받아야 했을지 짐작해본다.
어느 대학이든 합법적으로 인가받은 정원이 있다. 동문자녀 어드밴티지 입학과 수백억씩을 기부하고 합법적 뒷문 입학을 하는 학생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기부금이 대학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싱어의 도움으로 옆문 새치기해서 들어간 학생들의 돈은 싱어와 그 상대방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는 질 낮은 학생을 받는 손해를 본 것이고 그들로 인해 밀려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하버드대학에 입학한 것도 진보주의자들은 부유한 그의 아버지가 250만달러를 기부한 덕분이었다고 꼬집었으며, 트럼프 자신도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스쿨에 150만달러를 기부하여 트럼프 2세와 딸 이방카를 넣을 수 있었다고 알려져있다. 한국이나 미국 어느 곳이든 아빠찬스 엄마찬스가 공정을 실종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소득은 정의로운가? 상위 1%의 연간 소득은 63만 달러, 상위 5%가 전체국민 소득의 50% 이상을 가져간다고 하니,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물고 나오는 수저의 색깔에 따라 금수저는 영원히 금수저고 흙수저는 영원히 흙수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누가 미국을 기회의 나라라고 했는가? 노력과 재능만으로 상류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아무리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높은 곳을 바라보며 발버둥 쳐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수많은 흙수저들이 절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의 연예계를 보자. 조금 과장하면 모두가 연예인들의 아들딸들이다. 엄마가 출연하는 프로에 딸을 데리고 나오고, 아빠가 출연하는 프로에 아들을 데리고 나와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다. 그 아들딸들이 연예계에 뿌리를 내리고 홀로 설 때까지 확실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흙수저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낄 자리가 없다.
수년전 트롯이 대유행을 하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자 그 거센 물결 앞에 잠시 아빠찬스 엄마찬스는 힘을 못 쓰고, 시골에서 미장원을 운영하던 아무 빽도 없던 엄마의 아들 임영웅을 비롯, 묻혀있던 진주같은 흙수저 가수들이 일약 대스타가 된 것을 보았다.
한국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모두가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공정’이란 말이 자주 회자되는 요즘이다. 그 말은 우리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뜻이다. 아빠찬스 엄마찬스는 사라져야한다. 오래전에 서구사회가 신분제도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그리고 능력주의(Meritocracy)를 추구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이제 그 답을 찾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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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