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과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어처구니없는 ‘전화번호 노출’ 실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배경은 이렇다.
이 드라마는 가난과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의문의 초청장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문제는 초청장에 적힌 전화번호가 한국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전화번호였다는 사실이다.
실제 전화번호 소유자는 오징어 게임이 방송된 뒤 하루에 수 천여통의 전화를 받고 있어 일상생활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했다면 어떻게 진행될까?
일단 피고소인은 ‘오징어 게임’의 제작사와 더불어 넷플릭스가 포함될 것이다. 이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고 있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는 넷플릭스가 엄청난 액수의 보험 커버지리가 있는 ‘딥 포켓’(deep pocket)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 액수가 많다고 그 액수를 다 받는 것은 아니다. 배상금은 어디까지나 피해자가 받은 고통과 피해에 비례한다.
따라서 피해자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로 본인의 실생활에 금전적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된다. 또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의사로부터 장기적인 상담 및 치료를 받았다는 증거 또한 제출해야 된다.
이 논란을 보면서 변호사 입장에서 떠오른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 제도였다.
미국의 민사소송에서 배상금은 크게 보상적 손해배상(Compensatory Damages)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나눠진다. 보상적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입은 고통 및 금전적 피해에 대한 배상금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보상적 손해배상 외에 추가로 내려지는 배상금으로, 피해를 초래한 피고소인의 행위가 고의적(intentionally), 악의적(maliciously), 또는 주의 태만(grossly negligent)일 경우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번 전화번호 논란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자의 머리속에 떠오른 이유는 넷플릭스와 같은 세계 굴지의 미디어 업체가 어떻게 드라마에 나오는 전화번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방영했느냐는 점 때문이다. 이 실수가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이 아니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피고소인의 주의 태만으로 충분히 몰고 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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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상해사고 전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