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그로브 한인타운 상가의 베트남 고객은 그동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풀러튼, 부에나 팍, 어바인에 빼앗겨온 한인 고객의 빈 자리를 이들이 메꾸어 왔다. 한인 마켓에서부터 식당, 카페, 건강 식품, 의류, 화장품, 치과, 자동차 수리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소에서 베트남 고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한인타운 대형 마켓인 ‘아리랑 마켓’과 ‘H-마트’ 계산대에는 베트남 직원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마켓 내 푸드 코트에서 ‘돌솥 비빔밥’, ‘짬뽕’, ‘순두부 찌개’, ‘갈비’ 등 한식과 중국식을 먹는 베트남인을 흔히 볼 수 있다. 타운에 있는 ‘북창동 순두부’나 ‘모란각’ 식당도 마찬가지이다.
한인 마켓 정육 코너 앞에서 베트남 고객들이 갈비, 소고기, 돼지고기를 주문하기 위해서 줄 서 기다리는 모습은 이제 일상적이다. 마켓 파킹랏에서는 베트남 운전자끼리 접촉 사고를 일으켜서 다투는 소리도 간혹 들을 수 있다.
심지어 타운 내 치과 사무실에도 베트남 고객들이 늘고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인치과 전문의들은 의술이 뛰어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인 치과 전문의에 따르면 베트남 환자가 한인들과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어 진료에도 별 어려움이 없다.
타운의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한인 에이전트가 리스팅을 내놓으면 주로 베트남 투자가들이 달려들고 있다.
미 전국에 뻗어있는 ‘뉴스타 부동산’이 영업을 시작했던 가든그로브 블러버드 길가에 있는 단층짜리 건물도 몇 년전 베트남계 투자가가 매입했다. 타운에 잘 알려져 있는 한 올드타이머가 작년에 내놓은 한의원 건물도 베트남 사업가가 인수했다.
이 같이 한인들에게 베트남 고객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업주들은 베트남 커뮤니티에 광고도 하고 베트남어로 된 제품 설명을 윈도에 부착을 하고 있다. 타운 한인 업주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베트남 고객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달 한인타운 한 복판에 위치한 구 한남체인 자리에 가든그로브 한인타운 첫 대형 베트남 샤핑몰 ‘QT 골든마켓 플레이스’가 문을 열었다. 타운에 베트남 고객을 주 대상으로한 샤핑몰이 오픈한 것이다. 업주는 베트남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2만4,000스퀘어피트 규모인 이 몰 안에는 푸드 코트와 과일, 야채 등과 가전 제품, 홈쇼핑, 금융 서비스, 보석상, 카페와 베이커리, 티 판매, 가라오케 판매 업소들이 입주해 있다. 또 소규모 공연장과 고객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현재 한인타운에는 베트남 업주가 운영하고 있는 월남국수, 시푸드 식당, 아이스크림, 미장원, 카페 등 스몰 비즈니스가 있지만 이같이 대형 샤핑몰이 들어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베트남 고객의 상당수는 한인 업소에 가기 위해 타운을 방문했다면 이제는 자기네 물품을 구입하고자 타운을 찾게 된 것이다.
이 샤핑몰이 오픈한지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타운 고객층에 별다른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지금에 비해서는 베트남 고객들의 수가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 한인 비즈니스의 경우 향후 주 고객이 베트남 샤핑객이 될 수도 있다. 베트남 고객들을 주 마켓팅 타켓으로 삼아야 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에 대형 샤핑몰 오픈으로 베트남 고객들이 타운으로 계속 밀려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한인 업주들은 이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한인 업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더욱더 마켓팅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올해 하반기부터 한인타운 상가에서 한^베트남 커뮤니티의 공존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이제 한인 고객만 바라보는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베트남 고객을 염두에 두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상권 활성화를 꾀해야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타운 상가에 성큼 다가온 ‘베트남 물결’을 잘 활용해 나가야 할 것 같다. 가든그로브 한인타운 상권은 변혁기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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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기 OC지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