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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쉬자인

2021-09-23 (목) 정민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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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리포트에 흥미로운 뉴스가 실렸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그룹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알리바바의 마윈과 텐센트의 마화텅을 제치고 중국 최고 부호에 올랐다는 것이다.

쉬자인은 1958년 허난성 저우커우시에서 태어났다. 그가 두 살 때 어머니는 패혈증에 걸렸지만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고교 졸업 후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대학 시험 부활 이후 공부에 매진해 1978년 우한강철학원 야금학과에 입학했다. 국가가 매달 제공하는 보조금에 의지해 간신히 대학을 졸업한 뒤 우양강철공사에 입사해 단기간에 주임으로 승진했다. 그 뒤 광둥성 선전 부동산 개발 업체인 중다그룹으로 이직해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중역으로 발탁됐다. 처음 맡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성공을 거두며 1억 위안 이상의 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월급은 3,000위안에 불과했다. 회장을 만나 10만 위안의 연봉을 달라는 담판을 벌였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자 창업을 결심한다.

1996년 직원 7명을 데리고 헝다부동산을 차렸다. 대규모 건설에 집중한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해 ‘작은 면적, 낮은 가격’ 전략을 구사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재 중국 내 240여 개 도시에서 700개가 넘는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355조 원의 빚을 떠안고도 대출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해 파산설에 휩싸였다. 과도한 차입 경영과 전기차·생수·테마파크·헬스케어 등으로 뻗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독(毒)이 된 것이다. 당장 23일 8,300만 달러의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파산에 직면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공동 부유’를 내건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통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최악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중국판 리먼 사태’가 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이를 계기로 급팽창한 국내의 기업·가계·정부 부채에도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국발 ‘회색 코뿔소(지속적 경고로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 위기에다 국내 부채 폭탄까지 터지면 경제 충격파가 커지는 만큼 서둘러 안전핀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정민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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