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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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은 없다

2021-09-20 (월) 리처드 김 할리웃 배우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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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민권자로 산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다. 법적으로 미국 시민이 된 이상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 미국에 사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것뿐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성공을 했다고 ‘코리안 드림’을 이루었다고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 미국에 새로운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할리웃 영화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한국의 화려한 TV와 영상 매체를 통해서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한국 방송을 보고 한국을 꿈의 나라로 순진하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들도 꿈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서 이민자로 적응하며 그 나라의 시민권자가 되면 그 나라 사람으로서 법적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시민권자가 된 나라에서 경제적 안정과 성공을 거두었다면 그만큼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꿈이지 시민권을 준 그 나라가 꿈을 이루어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꿈을 이루려 왔다가 꿈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렇게 열심히 일을 했으면 내 나라에서도 충분히 성공을 했을텐데” 이런 말을 이민자들에게서 수없이 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똑똑하고 판단력이 빠른 편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기회의 나라이고 꿈을 이루어주는 나라였다면 기를 써서라도 미국 이민을 오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의 이민 현실을 한국에서도 너무도 잘 알기에 미국 이민을 오려고 하지도 않고, 미국 이민을 왔다 할지라도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5년 안에 다시 고국으로 역이민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말하는 성공이나 꿈은 그 나라가 이루어주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 살던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꿈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행복하면 그만이고 정든 곳 정든 친구 정든 이웃 정든 가족과 친지가 있는 곳이 가장 행복한 곳이다.

적어도 내가 미국 이민을 온 35년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드림’ 이야기를 해도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한인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촌스럽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어도 못하면서 괜히 꿈에 부풀어 ‘아메리칸 드림’을 외치고 다닌다면 정신병자 소리를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무리 시민권자로서 살아간다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는 유색인종이고 소수민족이다. 아직도 미국은 흑백 인종차별이 여전히 남아있고 유색인종의 혐오 범죄가 존재하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있다면 빨리 꿈을 깨기 바란다.

미국에 오래 전에 이민을 와서 경제적 성공을 이룬 분들도 많다. 그만큼 피땀을 흘린 노력의 결과이다. 대부분 한인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한국보다는 여유롭게 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 미국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미국은 여행으로 방문하면 좋은 나라일 뿐 이민자로 살아가기에는 조금은 벅찬 나라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리처드 김 할리웃 배우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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