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족주의로 달려가는 중국

2021-09-18 (토)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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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정부는 연예계 관계자에게 당과 국가에 대한 애정이 1순위임을 통보하고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했다. 탈세한 배우, 성폭행 의혹 배우,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서 사진 찍어 올린 배우는 연예계 퇴출이란 벌을 받았다. 나아가 연예계 정화 캠페인은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놓고 아이돌과 가수, 영화배우 등이 홍콩과 대만 문제에서 중국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 K팝 팬덤이 대규모로 존재하는데 그 여파가 크다는 점이다. 거액을 모금해 좋아하는 아이돌 생일 이벤트나 앨범 대량 구매 등 위세를 떨치는 팬덤에게 중국 정부는 비이성적 소비를 단속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 팬들이 BTS 멤버 지민 사진으로 뒤덮은 항공기를 띄웠다가 웨이보 계정이 정지되기도 했다. K팝 가수들의 중국 공연과 TV 출연, 광고출연도 정지된 상태다.

얼마 전 끝난 동경 올림픽에서 탁구 혼합복식 경선에서 일본에 져서 금메달을 놓친 중국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다. 중국 팬들은 너희는 국가에 먹칠을 했다며 비난했다는데 스포츠에까지 번진 민족주의를 느낄 수 있다.


역사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이데올로기 경쟁이 끝나가며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되고 1989년에는 천안문 사건이 발생했다. 2012년 10월 당 총서기에 선출된 중국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쳤다. 공산당 100주년 행사를 거치며 더욱 강렬해진 민족주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 영토보존과 민족 단결을 위해 단일민족 국가를 강조, 중화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주요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은 독일과 더불어 유럽 각국의 민족주의 발흥이 그 원인이었다. 당시 프랑스 혁명으로 민족주의가 크게 확산되고 산업혁명은 발전된 문명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며 미개한 민족을 개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전쟁에 대한 자국민에 대한 열기로 모든 국민이 직접 전선에 나가거나 후방에서 생산 라인에 종사했던 것이다. 이 과도한 민족주의는 1914년 7월 세르비아 침공으로 시작되어 전세계가 서로 싸우는 비극을 낳았다. 중국의 넘치는 민족주의가 걱정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중국에는 한족(漢族)과 55개 소수민족이 있다. 티베트의 장족(壯族) 1,692만 명, 이슬람인 회족(回族) 1,068만 명, 만주족 1,038만 명, 몽골족 598만명, 조선족 200만여 명 등등 소수민족 인구가 1억2,000만명이다.

타이완과 홍콩은 자유민주주의이다. 홍콩의 반공 자유화 물결과 공산주의와 혼합된 중화민족주의를 거부하는 타이완,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부를지 짐작할 수조차 없다.

최근, 한국영상물등급위원회가 중국영화 ‘1953 금성대전투’ 한국 비디오 상영을 결정했다가 취소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1953년 여름 강원도 철원에서 한국군과 중공군 사이에 벌어진 공방전을 다루며 중공군을 영웅시했다. 이 전투에서 1만명이 넘는 국군 사상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국군과 유엔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하여 남북통일을 눈앞에 두었던 1950년 10월, 중공군이 내려와 통한의 3.8선이 그어진 역사가 있는데 어떻게 한국 상영할 생각을 했을까? 역사 교육의 부재 탓이다.

앞으로도 중국의 민족주의는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간의 경쟁은 심화될 것이다. 내년이면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미래지향적인 한중 관계도 좋지만 우리가 할 말은 하고 살아야 더 이상 밀리지 않는다.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오던 6.25때처럼 한번 밀리면 걷잡을 수가 없다. 한국은 더 이상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방안으로 나가면 안 된다. 역사교육도 철저히 하고 중국의 민족주의에 대한 실질적,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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