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호기심! 두뇌 자극! 신나는 패러디, 제 31회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 시상식이 지난 주, 웹캐스트로 펼쳐졌다. 섹스 절정감이 코막힘 증세에 큰 효과가 있음을 밝혀낸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올재이 블룻 박사가 영예의 의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실험에는 18쌍의 의료계 종사자들이 참여했는데 이들 남녀의 성관계 전, 엑스터시 직후, 절정 3시간 후를 각각 나누어, 콧속 비강의 저항성과 콧물 유량 정도 등을 수치화했다. 이튿날에는 섹스와 관계없이 코뚫림 스프레이를 뿌리고 그 약효를 측정한 다음 전날 수치와 비교한 결과, 섹스 후 적어도 1-3시간 동안 코막힘 증세가 사라지더라는 것. 24초로 한정된 수상소감도 주제만큼 웃음기 섞였다. “코 스프레이 효과가 12시간도 간다지만… 재미는 꽝이죠. 근데 섹스는 재미있잖아요. 부작용도 없어요. 파트너 없이 자위로 인한 절정감에도 같은 효과가 나는지, 앞으로 연구는 계속됩니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과학 궁금증, 그러나 알고 나면 ‘호호 크크’를 주는 연구논문들이 대상이다. 많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시상식에 등장할 뿐 아니라 전 세계 최고 권위 학자들을 한 스크린에 불러 모아 진행되는 시상식은 팬데믹으로 인해 2년 째 비대면 진행됐다. 그동안엔 MIT 박물관, 또는 하버드 샌더스홀에서 열렸는데 매년 진짜 노벨상 발표(올해는 10월4일) 1-2주 전에 행사를 가진다. 이그 노벨상의 캐치프레이즈는 ‘일단 사람을 웃긴 다음 생각하게 하기’(Make People Laugh, then Think). 기발한 아이디어와 끝없는 호기심의 향연, 개그 같은 ‘이그’가 노벨상 수준에 들지 못하는 아류 과학자들의 잔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0년 ‘진짜’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 교수도 ‘이그’ 출신이다. 가임 박사는, 자석을 이용한 개구리 공중부양 실험으로 이그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심리학 분야에서 학설로 굳어진 여러 가지 실험들도 ‘이그’를 거쳤다. 영국 심리학자 스티븐스박사의 ‘욕하기가 고통을 줄여준다’는 실험은 평소 욕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얼음물에 손을 담근 채 얼마나 버티는지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평소대로 점잖은 말을 할 때는 70초 정도를 버텼는데 욕을 하면서는 그 두 배에 달하는 140초를 버팀으로써 욕이 고통을 줄여준다는 것을 증명했다. ‘식빵 언니’의 시옷과 비읍처럼.
‘사람이 왼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사물이 작아 보이는’ 연구의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심리학과 교수팀, 술에 취한 사람은 자신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이론을 증명한 프랑스 연구팀, 눈썹 표정으로 나르시스트를 구별해내는 실험의 캐나다 연구팀, 무식한 사람은 무식해서 실수를 하지만 동시에 무식해서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도 모르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믿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를 증명해낸 코넬대 심리학연구팀, 사람들이 집중할 때에는 설령고릴라 탈을 쓴 사람이 지나가도 그것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유명한 ‘고릴라실험’을 통해 ‘자신감 착각’과 ‘기억력 착각’의 결합이 가져올 재앙을 설명한 일리노이대 연구팀 등이 있다.
이그 노벨상에도 부상이 주어진다. 자고 깰 때마다 기절하게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짐바브웨 정부 발행 10,000,000,000,000(10조)짜리 위조지폐 한 장. 미국 돈 약 2센트이지만 수상자들은 상금지폐와 함께 춤추고 스크린 앞에 흔들며 자랑한다. ‘시장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과학을 어디다 쓸까? 쏟아지는 뉴스마다 스트레스 쌓이는 요즘, 위대한 과학자들의 유머감각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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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