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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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는 모두가 귀향을

2021-09-15 (수)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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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8월은 어수선했다. 올해는 델타 변이의 확산에다 극심한 폭염과 산불, 허리케인 그리고 아프간 사태가지 겹쳐 어느 해보다도 어수선한 8월이었다, 9월이 되면서도 코로나의 맹위는 여전하지만 긴 여름방학을 마친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갔고 노동절 연휴를 마친 직장인들은 일터로 돌아왔다.

8월이 타향이라면 9월은 고향이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내게도 평생을 잊지 못할 두 번의 설레는 ‘귀향’(歸鄕)이 있었다. 피난 나왔던 길에서 6년 만의 뒤늦은 환도가 첫 번째이고 미국에 와 살다가 9년 만에 복직발령을 받고 서울로 돌아갔던 일이 두 번째 감동적인 ‘귀향’이었다.

몇 해 전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이 있었는데 현대사에 기록될 또 다른 극적인 ‘귀향’은 지난 달 아프간을 빠져나와 고향으로 돌아온 미국 병사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20년 전에 있었던 9.11 사태를 지켜본 미국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 때문에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빈 라덴을 소탕한다고 나설 때 국민적 동의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어야 했다. 일정부분 테러조직을 궤멸시킨 것만으로 목표는 달성된 셈인데 이슬람 종주국 땅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구축한다는 것은 허망한 욕심이었다. 그 전쟁으로 미군과 동맹군 3,500명과 아프간인 수십만 명이 숨졌을 뿐 아니라 6조 달러가 넘는 돈을 허비한 것은 너무나 큰 실패였다.

역설적이지만 그 같은 실패로 미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미국은 앞으로도 테러리즘에 대해서는 단호히 응징하되 군사력에 의존한 세계경찰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버리고 자유를 사랑하며 평화를 만들어가는 아메리카 합중국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종과 종교의 다름을 넘어 문화적 강국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번 철군은 위대한 ‘귀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인 절대다수가 찬성했던 아프간 철군으로 12만3,000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아프간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철수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으로 공화당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크게 비난하고 있지만 그런 정치적 공세는 감수해야한다. 물론 아직 거기에 남은 다수의 미국인과 미국에 조력한 아프간 인들을 모두 데려오기까지 철수작업은 치밀하고 안전하게 계속되어야한다.

한국 정부가 한국에 오기를 원했던 390여명의 아프간 인들을 신속하게 철수시킨 것이나 국민들이 그들을 포용하는 모습에서는 높아진 국격을 보게 된다. 보수언론들은 이런 점은 외면하고 한국이 미국에 잘 못 보이면 아프간처럼 될 수 있다는 헛된 공포심만 조장하고 있다. 주한 미군은 한국을 위해서도 있지만 미국의 국익 때문인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서울에서는 존경받던 어느 100세 넘은 철학자가 요즘의 세상일에 너무 편파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해 구설수에 오르더니 타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학동문이라며 호가호위하던 한 젊은이가 평통 인사에 엄청난 전횡을 부려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 본래 있어야 할 선(善)한 자리에서 벗어나 있었다면 9월이 가기 전에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사람들은 타향에서는 공연히 들뜨고 객기를 부리다가도 고향에 돌아오면 차분해지기 마련이다.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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