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초현실적이다.”
2021년 9월5일자 뉴욕타임스 TV섹션에 실린 ‘그 여자: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That Woman: Tells Her Own Story)’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 모니카 르윈스키가 9월7일부터 10회에 걸쳐 방영되는 드라마 ‘탄핵(Impeachment)’의 최근 시사회에서 반복했다는 말이다.
20대 초반이던 1995년 백악관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2년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맺은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되는 바람에 클린턴을 탄핵 위기로 몰았던 여주인공이 이제 48세가 되어 디즈니 계열 유료방송인 FX의 드라마 ‘탄핵’의 제작자 프로듀서가 되었다.
2015년 3월16일부터 닷새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회의의 주제는 ‘진실 혹은 대담(Truth or Dare)’이었다. 이것은 가수 겸 배우 마돈나가 1991년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으로 도발적인 표현과 선정적인 묘사로 크게 화제가 되었던 문제작이다.
뜻밖의 연사는 모니카 르윈스키였고 한국계 강연자도 두 명 있었다. 북한에서 6개월간 영어강사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는 책을 쓴 재미작가 수키 김(Suki Kim)과 프리랜서 음악가 미나 최(Minna Choi)였다.
흥미롭게도 모니카 르윈스키의 강연 주제는 ‘수치의 대가(The Price of Shame)’란 타이틀의 부적절한 저널리즘으로, 자신이 겪은 경험에서 안전하고 더 좀 감성적으로 배려 있는 사회관계망 서비스 환경을 촉구했다.
젊은 날 내가 신문기자가 되어 받은 저널리즘의 첫 지침이 둘인데 하나는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삿거리가 못 되고 사람이 개를 물어야 기삿거리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기사에 ‘인간미’가 있어야한다는 거였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르윈스키 스캔들 와중에 뉴욕타임스의 인기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칼럼에 ‘제발 나도 좀(Please Take Me)’이란 제목을 달고 만점 매력남 클린턴에게 홀딱 반해 르윈스키의 처지를 선망하는 여성이 자신을 포함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썼다. 당시의 르윈스키처럼 육체적으로 탐스럽고 매력적인 젊은 아가씨가 계속 추파를 던지면서 유혹하는데 안 넘어갈 남자가 어디 있을까.
더욱 흥미진진했던 것은 그 당시 가장 큰 목소리로 클린턴을 맹렬히 비난하며 탄핵을 주도했던 뉴트 깅그리치, 밥 리빙스턴, 헨리 하이드, 에이사 허친슨 등 공화당 지도자들이 클린턴보다 더 심한 외도를 한 사실이 폭로돼 만천하에 공개된 사실이다. 성인잡지 ‘허슬러’ 발행인 래리 플린트가 공화당 정치인이 외도한 물증을 제시하는 여성에게는 100만 달러씩 주겠다고 하자 줄줄이 여성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영어에 ‘Perception is reality.’란 표현이 있다. 의역하자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뜻인 것 같다. 다시 말해 인간사에 있어 어떤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진실이란 있을 수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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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