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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과학자

2021-09-13 (월) 장희은 /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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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고등학생 때 모 유명 대학에 견학 갔을 때다. 큰 강당에서 학교 홍보에 이은 질의응답 시간, 나는 손들고 여성분들은 어떻게 활동하시냐고 질문했다. 돌아온 답변은, “허허, 여기서 만나서 결혼도 하고 여학생들 아주 잘 지내죠.” 여성들의 성취를 물어본 것이지 결혼에 대해 물어본 게 아니었는데. 나는 그 대학을 진학 고려대상에서 소신껏 배제했다.

향후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여성 과학자 카티 카리코 박사(Dr. Kati Kariko)는 mRNA를 이용한 치료 기술을 평생을 바쳐 연구하고 모더나 화이자 백신 개발의 기초를 닦아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나는 그녀가 연구비가 끊기고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이 연구의 가치에 대해 확신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크게 감동했지만, 딸아이가 있는 엄마 과학자였다는 것에 쉽지 않은 길이었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 과학자 혹은 과학도 중에 그녀의 이야기에 나처럼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른 전문 분야도 그렇겠지만 과학연구에서도 여성의 생물학적인 임신 출산 육아의 적령 나이와 한창 연구를 왕성하게 해서 자리를 잡아야하는 시기가 일치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아는 훌륭한 과학자들 중에 과학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다며 아예 자녀를 갖지 않은 분도 상당수이다.


별 고민 없이 출산을 선택했던 나는, 곧 데이케어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동안만 아이를 맡아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첫아이를 아기 띠에 업고 다니며 실험하면서, 어떤 동료들은 고국이나 타주에서 날아온 조부모가 손주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주고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는 걸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다 본인의 복이고 나아가 환경을 넘어설 수 있는 건 본인의 능력일 테지만 말이다.

팬데믹으로 남성 과학자보다는 여성 과학자의 생산성이 직격탄을 맞아 저하되었다고 공식 보고되고 있다. 육아와 가사의 부담을 여성이 더 많이 짊어지게 된 것이 주 원인이다. 여성 과학자는 이제 입지가 많이 확대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이 중심인 학계에서 허허, 결혼이나 잘 하거나, 한창 연구해야할 시기에 노산이 되기 전에 아이를 낳아야하는 압박을 받으며, 주 양육자로서 팬데믹 같은 극한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취약함이 극대화되는 그런 위치이다. 그래서 나는 여성이자 과학자인 사람들이 짠하다.

<장희은 /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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