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최순실 편을 드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최순실씨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러자 서민 단국대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한 말이다.
‘내로남불’이 시대정신이 된 문재인 호의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것은 광속으로 변전되고 있다. 그 사회상을 찌른 촌철살인이라고 할까.
2022년 3월9일. 운명의 그 날을 향해 달려가는 대전정국도 그렇다.
9월2일이었나. 뉴스버스란 한 생소한 인터넷 매체가 ‘윤석열검찰 여권인사 고발사주 의혹’ 첫 보도를 띄운 게. 이후 사태는 광풍이 몰아치듯 변전을 거듭하고 있다.
먼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권인사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정치공세를 벌였다. 급기야 여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은 밑도 끝도 없이 아예 ‘윤석열 검찰의 정치공작’으로 프레임을 뒤집어 씌워다. 그게 신호였나. 공수처도 전격수사에 나서 윤석열을 피의자 신분으로 만들었다.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를 수사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 사이 사이 ‘공작의 냄새’도 진동하고 있다. 이른바 ‘고발사주의혹’ 제보자라고 스스로 밝힌 조성은이란 여성 정치인이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광속으로 번져간 이 ‘고발의혹 사주’는 하나의 유행성 어투도 탄생시켰다. ‘…이 사실이라면’이란 말 자락을 먼저 깔면서 도망 갈 길을 찾는 어투 말이다.
이 같은 저질의 막장 정치드라마가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가 실종됐다.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돼 있다. 아니, 인질이 됐다. 시진핑의 공산전체주의 중국은 여기저기서 무력과시도 모자라 이제 대놓고 내정간섭까지 하고 있다. 이게 대한민국이 맞은 안보환경이다. 그런데 안보를, 외교문제를 이야기하는 대권주자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2022년 대통령 선거는 국제적 요인은 무시해도 되는 국내 어젠다만의 선거인가. 아니다. 북풍(北風)은 어쩌면 ‘문재인 정권 2,0‘탄생에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선거다.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행사에 문재인과 김정은, 남북지도자가 나란히 참석한다. 그리고 시진핑 블레싱하에 악수를 하며 정상회담을 하는 거다. 이 국제 평화의 쇼가 펼쳐지기만 하면….’ 이게 문재인 사람들이 바라고 또 바라고 있는 북풍이다.
그런데 그 북풍이 차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에 대해 자격정지 처분을 내려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웬 느닷없는 제재조치인가.
그 발단은 문재인 정부가 불을 지핀 2032년 여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에서 찾아진다. 문재인 정부의 의사를 전달받은 IOC는 수차례 의사를 타진했으나 북한은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다가 어렵게 개최된 도쿄올림픽에 무단으로 선수를 보내지 않는 괘씸죄를 저질렀다. 그러니…
여기에 ‘…이 사실이라면’이라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어투를 빌리면 복잡한 국제정치 뒤안길에서 미국의 압력이 가해져 IOC는 초강경수를 발동한 거라는 ‘합리적 추측’도 가능하지 않을까.
“문재인과 바이든은 외교문제에서 심각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은 문재인이 오직 김정은만 바라보는 이른바 평화프로세스라는 것을 포기할 것을 원하고 있다. 문재인은 그러나 아무 성과도 없는 그 평화프로세스를 계속 고집하고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보도다.
그러니까 바이든이 싫어하는 것을 문재인은 기 쓰고 하고 있다는 거다. 바이든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그 불편한 심기가 문재인에게 안 전해진 것은 아니다. 아미 베라 미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 등 일행이 한국방문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서두르지 말라고 에둘러 공개적으로 경고한 발언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 지지촉구가 주 목적으로 보이는 왕이 중국외교부 장관의 한국방문 발표가 나오기가 무섭게 내려진 IOC의 북한제재조치, 그 타이밍이 아주 절묘하다.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은 미국 의회가 영미권 5개국의 정보 공유 동맹체인 ‘화이브아이스(Five Eyes)’ 참여국을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하기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경사돼 있다는 것은 미국의 조야도 숙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한국을 미국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같은 소수 민주주의 동맹으로 끌어당기다니, 워싱턴일각에서 우려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동맹재건, 동맹확대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이다. 코비드 팬데믹을 계기로 중국은 전 방위적인 대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그만큼 중국견제에 절실한 입장이다. 그 일환이 한국 등을 포함해 화이브아이스를 나인아이스로 확대하는 방안인 것이다.
그 개편 내용과 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재인 정부를 기밀정보 파트너로 삼겠다는 것이 아니다. 내년 3월9일 대선 후 들어설 한국의 차기정부와 모든 협력 스케줄이 짜여 있다.
그 행간의 의미는 그러니 이런 게 아닐까. 미국이냐, 중국이냐 갈림길에서 차기 한국정부는 확실히 미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한 주문이 깔려 있다. 그리고 내년 한국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워싱턴의 자신감도 반영됐다는 뭐 그런….
그러고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던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고의 장성들이 현 문 정권하에서 썰물처럼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것도 여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수사‘로 번진 대선정국의 미친바람’. 이는 극도의 초조감의 발로가 아닐까. 문 정권에 워싱턴도 아주 등을 돌렸다는 데서 오는. ‘…이 사실이라면’이란 어투를 빌어 해보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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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