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21세기를 꿈꾸며 달려온 지 21년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것은 암울한 현실이다. 나라의 허리가 되는 중산층이 와르르 무너졌고, 먼 미래에 있을 수 있는 과학자들의 학술 이론으로만 생각했던 기후 위기가 자연 재해로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보고 웃고 떠들고 했던 그 시절을 추억으로 회상하며, 낯선 사람들을 피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놓고 과학과 음모론이 충돌하고 커뮤니티와 국가가 분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미국 건국의 이념인 민주주의를 허물고 있다. 분명 미국 건국의 시대는 지금 우리들이 겪고 있는 현실보다 더 힘들고 어려웠다.
지금 미국은 세계 최강의 나라이고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진 것이 많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진보와 보수, 특정 인종 우월주의와 인종 평등, 친이민과 반이민,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하여 마스크를 쓸 것인지 말 것인지, 또 백신을 맞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백주 대낮에 주먹질을 하고 정치적으로 심각한 분열을 하고 있다.
문제는 건국의 조상들이 맨주먹으로 미국의 독립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열띠게 진행했던 토론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결보다는 협력을 위해서 밤새 토론하고 중지를 모아서 합의하는 민주적 방식의 토론 문화가 의회에서 진행이 안 되고, 커뮤니티에서 진행되던 미국의 대표적인 토론 문화인 합리적 타운홀 미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타운홀 미팅이란 여론 수렴, 정책 결정 등을 하는 방식으로 누구든 참가하여 자기 의사를 표명할 수 있고, 시민사회가 주최하여 정치인들에게 여론을 전달하고, 정치인들이 주최하면 여론을 수렴한다.
지금은 일반 명사가 된 미국의 타운홀 미팅은 영국의 식민지 시절부터 공동체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진행했던 자유로운 공개 토론 방식으로 커뮤니티와 국가의 의제 즉 아젠다를 어떻게 이슈화 할 것인가의 한 방법이다.
의제는 현 생활에서 고쳐야하거나 새롭게 필요한 요구사항을 조사하고 데이터화하여 정책으로 만들기 위한 내용이다. 그리고 타운홀 미팅의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 위한 조건은 합리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음모론에 빠져서 상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경청하지 않으며, 무시하고 소리 지르고 민주적인 방식보다는 상대를 제압하는 방식으로 하게 될 경우 타운홀 미팅은 돌이킬 수 없는 커뮤니티의 분열을 조장하게 된다. 지금 미국은 바로 이 후자가 점점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위기의 미국, 다시금 건국의 조상들이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한다. 커뮤니티에서 합리적인 사고와,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훈련하고 떠받치는 타운홀 미팅을 열어서 마스크와 백신을 놓고 서로 대결하고 주먹질 하지 말고 코로나 팬데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동네 상권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동네의 서로 다른 인종 간 화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서 분열의 미국을 커뮤니티에서부터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위기의 미국 속에서 사방으로부터 인종혐오 공격을 받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우리 스스로를 지키고 미국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지역의 정치인들과 지속적으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여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법안을 요청하고, 그 법안이 만들어지게 노력하고, 그 법이 공권력에 의해서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경찰 및 검찰과도 타운홀 미팅을 열어서 우리의 현실을 개척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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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