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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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지구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2021-09-08 (수) 정은실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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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사람도 아니지”(13세기 페르시아 시인 사디의 ‘아담의 후예’)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마치 열병 앓는 환자처럼 세계 도처에서 쏟아져 나오는 환자들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우리 몸에서 새끼손가락이 다쳐도 몸 전체가 편치 않듯, 지구의 한 귀퉁이가 아프면 지구 전체가 아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소식을 듣는다. TV나 신문 등 미디어에서 비쳐준 카불 국제공항의 모습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한 마디로 아비규환이요 아수라장이다. 가만있어도 아플 만큼 아픈데 복병처럼 갑자기 튀어나온 소식으로 사람들은 또 한번 상처를 받는다.


9.11 이후 미국의 공습으로 정권을 상실했던 탈레반이 20년 만에 재집권하게 된 아프간은 나라 전체가 비통에 빠져있고 세계의 눈은 모두 아프간으로 향해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도움이 안 되면 잡았던 손조차 놓아버리는 미국식 우선주위에 세계는 분노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글로벌 빌리지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는 한 마을이 되었다. 국경을 넘어 백신을 맞으러 오는 외국인들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백신을 투여해주었고 또한 먼저 가진 나라는 백신이 필요한 나라에 인도적인 차원에서 공급해주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환경오염으로 인해 결국 인간 자신이 어려움에 처하듯, 인간이 만든 종교로 인해 자신들을 싸움 속으로 가두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그러하고, 극단주의자인 탈레반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때 상기되는 사디의 시 ‘아담의 후예’는 결코 낯설지 않다. 사디는 페르시아 3대 시인의 한 사람이며 ‘아담의 후예’는 이란 국민들의 애송시로 현재 뉴욕 유엔본부 로비에 쓰여 있다. 아담의 후예로서, 지구공동체의 한 부분으로서, 뿌리를 함께하는 한 영혼으로서 사디의 외침이 오늘따라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정은실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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