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특징 중 하나는 식당에서 여럿이 어울려 식사를 하고 난 다음, 서로 앞 다투어 계산대로 가는 모습을 왕왕 본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돈 많은 사람을 제치고 수입이 적은 사람이 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세상의 인문학으로 볼 때 돈으로 사람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알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은 돈으로 사람을 저울질 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가난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를 가치가 낮다고 평가하게 되며, 그러한 열등의식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공연한 오기를 부려 통이 큰 체 행동하는 심리가 발동된다.
인간은 내면의 욕구를 인정하는 것이 죄책감을 수반하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할 때는 그 욕구를 은폐하기 위해 정반대로 행동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주는 것과 같이 내면적 욕구와는 상반되는 행동과 태도를 드러냄으로써 욕구나 동기를 은폐하려는 것을 심리전문용어로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고 한다.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 속에서 거부감과 적대감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오히려 과도하게 정중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과한 행동이나 언어’가 반동형성이다. 여기에는 부정적인 언행이 포함되나, 지나친 친절이나 헌신 그리고 복종 등 과한 긍정적 언행 또한 포함된다.
예를 들면, 손꼽아 기다렸던 사람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마음과 반대로 상대에게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는 것, 젊은이들이 미팅이나 동아리 모임에서 외설적 주제에는 눈쌀을 찌푸리고 그 반대로 예술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을 주된 주제로 삼는 것도 어찌 보면 숨어 있는 다른 동기를 은폐하려는 무의식적 시도의 행위이다.
어린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노는 고무줄 놀이를 방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른들도 연모하는 감정이 들통 날까 봐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짓궂게 굴기도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을 때 예쁜 여자 옆의 빈자리를 놔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 것이나 골목길에서 낯선 여자가 앞서 가면 왠지 앞질러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잠재된 욕구를 은폐함으로써 긴장감에서 벗어나려는 무의식적 시도인 것처럼.
사람들과 엮여 살아가는 복잡한 현시대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감출 수밖에 없는 자신의 속마음을 누르는 심리인 반동형성이 안 좋은 감정으로서 오랫동안 눌리면 여러 가지 문제로 파생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나 사회로부터 눌린 부정감정은 성인이 되면 강박성향으로 이어져 결벽증과 집착증세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부분을 한 번 자가 체크 해보고 오래 삭혀진 부정정서를 이제는 정리하는 기회를 마련해보자.
다음과 같은 생활성향이 있다면 여러 정보도 찾아보고 정리할 방법을 시도해보면 좋다.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거나 주변이 매우 깔끔해야 된다.
·샤워나 청소를 매우 자주하거나 오래 한다.
·인간관계에서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기보다 상대에 맞춰 표현한다.
·상대에 맞춰주었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고 기분이 언짢다.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나에게 잘해주는 이들에게 감사나 따뜻한 표현하기가 어렵다.
·싫어하거나 껄끄러운 상대를 만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잘 대우해준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되지 않아도 내가 먼저 계산한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마음이 편하고 받으면 감사보다 기분이 찝찝하다.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순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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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전문가 센터빌,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