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 한 학년 과정을 마치고 마스크를 쓴 학생들을 직접 만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컴퓨터 속에서 보는 의젓한 학생들이 아니라 작은 새와 여린 꽃과 같은 인상을 주었으며, 저렇게 어린 체구로 토요일마다 컴퓨터 앞에서 3시간 동안 어려운 한국어 공부에 열중해온 기특함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한국어 공부를 시키시려는 젊은 부모님들의 열정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작년 3월 중순부터 팬데믹이란 현실을 맞이하여 수업의 차질을 최소화 하려고 컴퓨터 앞으로 학생들을 불러 모아야 했습니다. 가을 새 학기부터는 줌(ZOOM)을 통한 수업이 자리잡아 가면서 이제는 온라인 수업의 단점 못지 않게 장점까지 확인하며, 한국학원은 하루의 수업 결손도 없이 철저하게 진행하며 한 학년 교육과정을 마쳤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끊임없는 위로와 우리 교사들의 합일된 의지는 우리를 전력 질주하게 했고, 학생들에게 정체성을 길러주고 우리 문화의 씨앗을 심어주는 사명 완수를 위해 우리는 어떤 위기도 돌파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비대면 수업이라는 엄청난 난국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교사들은 먼저 컴퓨터를 이용한 각종 새로운 교육적 프로그램의 정보를 숙지하며 각 단원의 수업 자료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고통에 가까운 극기의 자세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학생들을 맞이하기 전에 완료해 왔습니다. 명량 해전과 난중일기를 보여주며 이순신 장군의 불굴의 의지와 나라 사랑의 간절한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고, 한글 창제 과업을 이룩한 세종대왕의 위대한 정신과 우리 글자의 우수함을 인지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특히 봉산탈춤과 BTS의 파리에서의 아리랑 공연을 유튜브로 보여주었을 때 학생들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흥을 함께 체험하며 작은 어깨를 들썩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3년 전부터 남가주 한국학원은 분규단체로 지정되어 왔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교사 생활을 마치고 한국 시들의 멋있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체감하게 하고자 한국학교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문학의 기본인 직유를 이해시키기 전에 한국어 낱말과 문장을 더 많이 알게 하는 일이 시급함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교사들은 교육의 최전선에서 어린 학생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과 소통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날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우리의 문화적 자산을 전해주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고 학생들도 장시간 컴퓨터를 통해 선생님과 한국어로 말하고 읽고 쓰며 귀중한 보물을 받아들이는 일에 열중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린 학생들 앞에서 불온 집단의 구성원으로 전락되기에는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한국정부의 재외동포를 향한 정책 방향에 호응하며 재정적 뒷받침을 감당할 수 있는 국력에 감사해 마지않습니다. 그러나 남가주 한국학원은 국가에 반(反)하는 오명을 받고 지원금 축소의 현실에 처해있습니다. 교사들은 우리의 열정과 희생과 헌신에 견주기에는 턱없이 적은 액수를 지원받으면서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적자가 주류인 영어가 편리한 어린 학생들이 작은 입으로 조상님 나라의 언어인 한국말을 할 수 있고 한국어로 쓰인 글을 읽을 수 있음에 오로지 기쁨과 보람을 느껴왔습니다.
남가주 한국학원은 49년 동안 모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쳐온 단체입니다. 교육의 숭고한 뜻은 도외시되고 외부로부터 건물에 대한 이권에 초점이 맞추어져 수난을 겪고 있지는 않는지, 한국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단체로 전락된 안타까운 현실에 우리 교사로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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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순 남가주 한국학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