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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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위협받는 사회와 UBI

2021-08-23 (월) 김영미 데이비스 도서관 한국어강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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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와 경쟁을 요구받던 우리 사회에서 노력이란 가치는 미덕이었고 무능력, 태만, 게으름의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회 낙오자들을 판단하기 일쑤다.

코로나 상황은 생존에 위협받는 사회를 앞당겼고, 기술사회는 천문학적인 부를 단숨에 얻은 수퍼 울트라 리치들 이면에 다수의 생존 위협 계층을 침전물로 갖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도 알고 보면 사회 진입이 역부족이라는 것을 통감한 젊은이들의 자조적인 말이지만 전 세계가 함께 앓고 있는 사회문제이다.

일자리가 많다고는 하지만 점점 사람을 노동시장에서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마켓에 늘어나는 셀프 계산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앞으로는 노동시장에서 인간을 내몰게 될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알파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알파 제로란 획기적 범용 인공지능이 빅 데이터 없이도 스스로 반복학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요즘 마구 뿌려지는 정부지원자금, 실업급여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지지정당 문제만큼이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한국 선거공약으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포괄적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의 도입이다. 미국과 한국에서도 몇몇 도시를 중심으로 소규모 파일럿 테스트를 운영 중인 정책으로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현물로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과 무노동에 주는 생활비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 노력해도 사회 진입이 힘든 젊은이들의 소리 없는 외침과 우리 사회 저소득 계층의 견고한 사회정착을 돕고 안정적인 공존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엇갈리는 입장들이 있다. 불로소득이 가져다주는 돈과 땀 흘려 성취한 소득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개념이다. 그리고 소득 이면에 노동이 인간에게 주는 심리적인 보상과 기능에 대한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의 온라인 활용으로 거부를 일군 기업들의 사회 환원 책임도 묻고 싶다. 한 사람의 부라는 것이 오롯이 자기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누군가의 협력과 사회 공동체의 도움으로 함께 일구었다는 폭넓은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 나눔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공동체 의식, 공동의 선을 향한 실천은 우리 모두, 그리고 수퍼 리치 계층들이 반드시 인식해야 할 점이다. 이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 사회의 불행과 아픔을 보듬는 일이다.

<김영미 데이비스 도서관 한국어강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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