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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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한글, 초라한 한글교육

2021-08-20 (금) 권소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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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남가주 한국학교 소속으로 글렌데일 한글학교 6학년 담임이다. 글만 쓸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두드린 곳이다. 커피숍에서 만난 교장의 첫인상은 딱 봐도 교사 그 자체였다. 부수수한 머릿결, 영양크림도 안 발랐을 것 같은 화장기가 전혀 없는 수더분한 교장과 한 시간 넘게 대화를 했다. 그렇게 인연이 된 나는 토요일이 되면 교재가 든 짐 보따리를 싸들고 라크레센타에 있는 매그닛 고등학교로 향했다.

처음 내가 맡은 반에 듬직하고 잘생긴 녀석이 있었다.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재빨리 판단한 나는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보충수업을 해주겠노라고. 매주 금요일 저녁 맥도널드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녀석에게 복습을 시켰다. 사실 한 시간 더 한다고 성적이 쑥쑥 오르진 않는다. 다만 내가 특별하게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만 보여주고 싶었다. 내 마음이 녀석에게도 통했는지 6학년을 마치고도 고학년까지 계속 등록을 했다.

글쓰기 숙제를 잘 하는 아이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온라인 비대면 수업에서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어 3.1절 글짓기대회에 응모한 8명이 모두 수상을 하게 됐다. 내가 그렇게 열정을 불사르는 데는 200명 학생들의 이름까지 외우고 있는 교장의 헌신과 추우나 더우나 학생들에게 간식거리를 준비한 학부모들의 노고 때문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남가주 한국학교에 대한 기사를 보면 뭔가 의도를 갖고 몰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윌셔초등학교가 운영이 부실해서 세를 줄 수밖에 없었던 이사들의 결정, 투명하지 않은 회계를 빌미로 간섭하려는 한국정부, 이미 운영부실로 논란이 된 타 단체 소속 인물의 이사 영입, 돈이 많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인색했던 새 이사장 등을 지켜보며 학교라는 게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가 아닌데 왜? 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뿌리교육을 앞세우지만 윌셔에 위치한 건물에 대한 부동산 가치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닐까?

부실하게 운영했으면 이사들의 퇴진은 맞는 거고, 한국정부도 한글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지원금을 갖고 압력을 넣을 게 아니라 전문적인 자문제공이 우선이었다.

남가주 한국학교가 50년 가까이 되는 전통을 이어왔던 건 자기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교재 준비하는 교사들의 열정 때문이고,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등록하는 학부모들의 결단 때문이다. 맥도널드에서 보충수업 끝나길 옆자리에서 1시간을 기다려준 상민엄마의 자식 사랑이 아니었으면 오늘날의 남가주 한국학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아도 묵묵히 한글지도에 힘쓰는 한글 교사들에게 한인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권소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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