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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과 아프가니스탄

2021-08-18 (수) 폴 오 / 전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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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명한 배우 알랑 드롱이 50년도 초에 참전했던 인도 차이나 전쟁은 프랑스가 구축했던 캄보디아, 라오스 그리고 베트남 일대 메콩강일대의 식민지 지역에서 벌어졌던 본토인들과 서구인들의 전쟁이었다. 고등학교 수학선생이었다가 후에 월맹의 수반이 되었던 호지명도 자기 직업을 뒤로 하고 이 전쟁에 뛰어들어 베트남의 프랑스로 부터의 독립을 위하여 게릴라 지도자가 된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월남 패망 직전과 비교하며 사이공 미 대사관 옥상에서 헬리콥터로 직원과 월남 고위층들을 근처 해역의 미 항공모함으로 탈출시키던 그 사진들의 생생했던 과거 역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이 아프간주둔 미군 완전철수를 계획 했던 데드라인은 원래 5월 말이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 문제와 다른 인프라 스트럭처 등의 문제로 발이 묶여 결국 철수시한을 8월말로 바꾸었다.

한 가지 나토 동맹국들과 미국이 실착한 것은 탈레반의 공격 속도였다. 그들은 아프간 전역이 탈레반에 넘어가기까지 지난달로 부터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3대 도시 하랏이 주초에 떨어지더니 2대 도시 칸다하르도 어제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미 대사관이 위치한 수도 카불을 탈레반이 포위하고 아프간 정부 요인들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민병대를 포함해 아프간 정부군의 숫자는 35만명이 넘는다. 반면에 샌달을 신고 조그만 오토바이에 이불을 싣고 AK 47소총을 을 어깨에 메고 움직이는 아프간 내의 탈레반 세력은 7만명이 조금 넘는다. 아프간 정부군은 20년 전쟁 동안 전투기를 포함해 상당한 첨단 무기들을 미국으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럼에도 지금 짧은 시간 안에 파죽지세로 무너져 내렸다. 아니 싸우지 않고 항복하거나 도주해 버렸다.

이 정부군들에게는 그 월남 프랑스 전쟁에서 싸웠던 그 월남인들의 정신이 없는 것이다. 항복하거나 기지를 포기하고 도망간다. 항복하며 백기를 들고 접근하는 아프간 정부군들을 탈레반들은 사정없이 사살한다. 그들은 정부군을 부패한 정권의 하수인들로 보기 때문이다.

실재로 아프간 정부에서 지급하는 군인들의 급료 중에 거의 30%이상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심지어 80세 나이의 자기 할아버지 이름으로 지급되는 등 군인사회의 만연한 부패의 실상이 지금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부패한 정권은 생존의 기반을 잃게 된다. 그것은 민심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그 부패한 정부와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자기들을 보호해줄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즉 탈레반이나 그 정부를 별로 다르게 보고 있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후원으로 정권을 잡은 월남 대통령 고딘 디엠은 부패한 정권이었다. 온 가족이 사치의 극에 달하는 생활을 하며 프랑스를 비롯해 전 세계에 천문학적인 재물을 도피시켜 놓았다.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지도자들은 반드시 망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이들은 남긴 것이다.

미국은 20년 아프간 전쟁동안 8,300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지금 그 사이공 대사관 옥상탈출처럼 퇴각하고 있는 중이다. 아프간 사태를 보며 후에 독재자였지만 해방 후 귀국한 이승만이 공항해서 한 유명한 명언이 새삼 뇌리에 떠오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폴 오 / 전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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