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년 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놀라운 것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거리에 구걸하는 사람들(홈리스)이 많다는 것과, 또 하나는 지상으로 전봇대가 많이 세워져있다는 것이었다. 세계 최고의 선진국에서 아직도 이런 모습들을 본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백신접종으로 인하여 팬데믹이 거의 끝나가는 느낌이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없이 모든 것들을 셧다운 시켰다. 그러나 그 멈춤의 시간들은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보지 못하던 것들을 보게 만드는 유익이 있음을 알게 된다.
미국에 살면서 평소에도 마음에 늘 불편한 것 한 가지가 홈리스들이었다. 목사이기에 홈리스 사역을 나름 하기도 했지만, 점점 해결되기는커녕 요원해지는 느낌이다. 아마 홈리스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이야말로 미국 대통령의 자격을 가장 잘 갖춘 사람일 것이다. 천사의 도시라는 이름의 로스앤젤레스에 온통 홈리스의 모습이 가득한 것을 보면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부담인 것을 알게 된다.
몇 년 전 교회의 안전을 위하여 펜스를 해놓은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마음은 편하지가 않았다. 스스로가 경계를 만드는 것 같아 불편했다. 미국은 그동안 너무 서로에게 담을 쌓고 살아왔다. 담은 경계를 위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움직임과 소리를 차단하고 살피는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담을 쌓는다. 담이 만들어지면 내부와 외부가 생겨난다. 담쌓기는 거리를 없애는 기술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드러난 미국의 고스란한 민낯들도 결국은 서로가 너무 담을 쌓기에 급급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대상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담을 쌓고 경계하였고, 그러다보니 내부자가 되어 살게 되면서 내부 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도 잘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인종차별과 갈등, 아시안 혐오, 총기문제, 빈곤과 불평등…. 이 모든 미국의 문제들은 결국 담을 쌓고 내부와 외부로 구분한 결과이다. 담이 둘러쳐지면 스스로는 밀폐용기가 된다. 밀폐용기 안에서 살면 자신만을 보면서 살기 때문에 이웃을 보지 못한다.
코로나가 끝나는 이 시점에서 팬데믹이 우리에게 준 레슨은 미국도, 교회도,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도 더 이상 담을 쌓은 채 밀폐용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분명 있다. 이제는 내부자가 되어 자신만을 바라보지 말고 외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밀착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매몰되면 아예 시야가 없어지는 위험이 생겨나게 되는 법이다. 지금이야말로 집 밖으로 나가 외부를 부지런히 살피면서 살아야 할 때다. 이 부지런함이 우리 모두의 회복과 행복의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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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