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루마니아전 자살골에 “고마워요 마린” 자막
▶ “제정신이냐” 비난 봇물, CNN 톱뉴스 등 언론뭇매
MBC가 2020 도쿄올림픽을 중계하면서 여러 차례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을 사용한 데 대해 나라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해당 사안이 심각한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국가적 이미지 실추로 한류 산업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MBC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그래픽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 루마니아 소개 화면에는 드라큐라를 삽입하고 아이티를 소개할 때는 대통령 암살을, 엘살바도르 소개 때는 비트코인을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화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MBC는 개회식 말미 아나운서를 통해 사과하고, 다음 날 한국어와 영어로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전 세계적으로 CNN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까지 해당 논란이 소개되면서 국제적으로도 비판받았다.
이같은 사태가 났는데도 25일 또 다시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한국과 루마니아 간 경기를 중계하면서 자책골을 기록한 상대 팀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겨냥,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광고 중 화면 상단에 노출해 논란이 격화했다.
MBC는 개회식 중계 후 한국어와 영어로 공식 사과문을 내는 등 수습하려 했지만,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도 해당 사안을 보도하면서 ‘국제 망신’을 불러일으켜 비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에 대해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대한민국이 그동안 대외적으로 호감 있는 국가로 인식됐는데 그걸 상당히 까먹은 측면이 있다. 보통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거센 가운데 이번 사고가 끼칠 악영향도 우려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좋은 예가 한국이고, 문화적 소프트파워는 위협적이지 않아 한국에 대한 호감도 큰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쌓아놓은 것들을 까먹을 수 있다”며 “이제는 소셜미디어 때문에 사고가 나도 숨길 수가 없고 전 세계에 퍼진다.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철저한 관리와 운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비극이었고 고통이 현재 진행형인데 그런 화면을 썼으니 당연히 외교적 결례이고, 한국의 국가 위상이나 이미지 제고에 심각한 타격이 생길 수도 있다”며 “외신에서도 보도해 전 세계로 퍼졌는데, 21세기 복잡한 공공외교 속에서는 경제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류 열풍이란 건 문화 선진국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건데 이번 MBC의 잘못은 인류적으로 공감하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한국 상품 불매운동 이런 것으로 번지면 경제에도 심각한 파급효과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