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아름다운 손

2021-07-26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크게 작게
뉴욕타임스는 “안젤로 할머니 입원”이란 제목으로 70세의 안젤로가 병원에 입원 중임을 알렸다. 놀랍게도 성 빈센트 병원에는 1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려들어 번호표를 주어 차례를 기다리게 하였다.

방문객들은 의식이 없는 할머니에게 그가 베푼 친절에 감사하는 말을 전하였다. 안젤로 할머니는 늘 미소를 띠고 모르는 사람도 짐을 들어주고 길을 안내하고 무엇이나 눈에 띄는 대로 남을 돕는 것을 일상생활로 하는 친절한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손은 사랑의 손이었다.

비슷한 아름다운 손이 한국에도 있었다. 한강변 빈민굴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평생 도운 이연호 목사 내외이다. 이 목사 부인은 의사였으나 병원을 차려 돈 벌 생각은 않고 남편을 도와 아는 의사들에게서 약을 구걸해다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


또 한 사람 위대한 한국인을 소개하면 나의 친구이기도 하였던 황광은 목사이다. 그는 정성을 다하여 구호품 구호금을 거두어 한강 난지도에 사는 넝마주이 소년들을 도왔다. 광고하지 않고 조용히 이런 일을 하였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참으로 거룩한 손이었다.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악수를 피하고 주먹을 부딪치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되지만 손을 잡는 악수는 오랜 인류의 습관이었다. 무기를 안 가졌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서로 손바닥을 내보인 것이 악수의 유래라지만 어쨌거나 손을 잡은 것은 오랜 습관이다. 주는 것도 손이요, 빼앗는 것도 손이다. 손에 총을 들 수도 있고 빵을 들 수도 있다. 손으로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에서 소련 대혁명 때 수많은 인파가 도주하는데 소냐는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남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남자가 갑자기 소냐의 손을 놓아버린다. 그래서 소냐는 고아가 되어 평생을 살았는데 이 사실을 아는 장군이 “그 남자는 너의 친아버지가 아니고 너의 아버지는 닥터 지바고였다”고 알려준다. 친아버지가 아닌 그 남자는 대혁명의 소용돌이에서 혼자 도망친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역사에 엉뚱한 실수가 나온다. 1912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과 보스턴이 결승전을 하였는데 뉴욕이 2대1로 이기고 있는 마지막 판에 공중에 날아오는 너무나 쉬운 공을 뉴욕 외야수가 어이 없이 놓쳐 패배한다. 이 선수는 자기편의 승리가 너무나 기뻐 축하부터 먼저 하다가 공을 놓친 것이다. 부끄러운 손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