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반동안 지속되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실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많이 변한 일상사는 줌(Zoom) 화상회의 등을 통한 온라인 모임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한인사회 대부분의 사회및 경제 단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물리적인 모임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줌을 적극 활용한 회의 및 소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LA 한인상공회의소와 LA 한인무역협회(옥타 LA), 남가주 한인공인회계사협회 등이 줌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단체일 것이다. LA 한인상의는 코로나 사태속에서도 매달 정기이사회를 극소수의 임원진만 오프라인으로 참석하고 대부분의 이사들은 줌으로 참석한 가운데 중요 의제를 논의했다. 코로나의 와중에도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인타운 상권 살리기 포스터 콘테스트’를 온라인으로 개최해 한인타운 경기 활성화에 일조했다.
옥타 LA는 지난 3월 현재의 창업환경을 진단하고 창업에 성공한 경험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생생한 창업 이야기와 성공을 위한 창업준비 전략을 공유하는 웨비나를 주최해 창업을 준비하는 한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웨비나를 통해 온라인으로 ‘미서부 통합 차세대 글로벌 창업 무역스쿨’을 개최해 LA뿐만 아니라 타주의 젊은 한인 무역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남가주 한인공인회계사협회도 지난 2월 본보와 세금보고 웨비나를 공동 개최하면서 미 전역의 한인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변한 세금보고 정보를 정확하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공인회계사협회는 공인회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보수교육을 온라인화 하면서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공인회계사들도 쉽게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6월 LA총사관, 잡코리아 USA 등이 공동개최한 온라인 LA취업박람회를 통해 취업준비생들은 온라인으로 기업관계자들과 취업 인터뷰를 하고 세미나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한인 교회나 동호회 중심으로 카톡방을 만들어 서로 유용한 정보를 나누고 정서적인 공감대를 같이한 것도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는 재택근무이다. 갑작스런 코로나19 사태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재택근무가 한인은행이나 보험회사 등 일반 오피스를 중심으로 시행착오속에 어느 정도 정착되어 가고 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 지 모니터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회사는 오피스 공간을 절약할 수 있고 직원들은 러시아워 출퇴근을 피할 수 있다는 잇점도 맞물려 이제는 날짜별로 사무실과 집에서 순환근무하는 하이브리드 재택근무 문화가 자리 잡았다.
특히 결혼식과 장례식 문화가 간소화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에 치달았던 지난 1월에는 지인의 장례식에도 조객들이 참석하기가 힘들었고 유가족들도 부담을 준다며 부고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 직계가족만 참여하는 장례식이 일상화됐다. 이때 자리잡은 것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조객들을 위해 줌으로 장례식을 생중계하는 것이다. 결혼식도 하객들을 초청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줌으로 중계를 하고 극소수의 친지들만 참석하는 형태로 변화됐다. 모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보니 직장인들의 회식도 거의 사라지고 혼밥이 자연스럽게 일상화되기도 했다. 여성들은 샤핑센터를 가기 힘드니 온라인 샤핑이 생활습관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피팅룸에서 옷을 입어 볼 수가 없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은 옷을 반품하기에 바쁜 시대에 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줌과 유튜브, 카톡 등 플랫폼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디지털 기술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원하든 원치 않든 온라인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위기는 기회라고 온라인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기회도 창출되고 있으며 온라인 교육도 활성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표준, 즉 ‘뉴 노멀’ 시대를 맞고 있다. 물론 지금도 사람들이 모여 정담도 나누고 퍼스날 터치를 할 수 있었던 코로나 이전의 세상이 그립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급증으로 코로나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코로나가 바꿔놓은 삶의 질서에 적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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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