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상한 소포

2021-07-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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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들이 상품 후기를 조작하다 적발됐다. 이들을 적발한 당국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 7개 업체는 후기 게시판에서 특정 상품평만 상단에 노출되도록 조작하는 행위 등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품 후기 조작은 업체들의 사기성 행위 가운데 일부에 불과했다. 단순한 노출 조작 뿐 아니라 아예 리뷰 자체를 허위로 작성해 올리는 수법까지 사용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 이를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업체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상품리뷰 조작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리뷰어가 실제로 상품을 구매한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구매 이력이 있어야 리뷰 작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뷰 조작 대행업체들은 리뷰어들이 만든 가상 계좌로 돈을 입금해주고 물건이 담기지 않은 빈 상자를 구매자 앞으로 해주는 수법을 썼다.

그렇게 하면 물건의 구입과 발송이 정말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른바 ‘브러싱’(brushing)이라 불리는 사기수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브러싱’ 사기수법은 5년 전쯤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한국 등 다른 나라들에까지 허위 상품 리뷰 조작 수법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수많은 가정에 잇달아 의문의 씨앗들이 배송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 수법이 알려지게 됐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의 걱정은 대개 한 가지이다. 배달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가이다. 그런데 최근 어떤 사람들은 예기치 배달 문제로 당황하고 있다. 주문한 적이 없는 상품들이 자기 앞으로 배달돼오는 것이다. 배달되는 것은 대부분 몇 달러 정도면 살 수 있는 아주 싸구려 상품들이다.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온라인 시장의 제3자 셀러들이 좋은 리뷰를 올리기 위해 돈을 주고 바이어를 사는 수법을 쓰는 것이다.

리뷰를 올리려면 거래 근거를 남겨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로 가짜 계좌를 마구잡이로 만들어 싸구려 물건을 배송해 리뷰 자격을 얻은 후 목표 상품을 위한 가짜 리뷰를 올리는 것이다. 만약 당신에게 주문하지도 않은 소포가 배달됐다면 당신 이름과 주소가 이런 사기행각에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소포들에는 반송주소도 없다.

온라인 허위 상품리뷰는 온라인 업체들에게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을 호도하고 시장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경우 가짜 리뷰를 적발해내기 위해 매주 1,000만 개가 넘는 리뷰들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단속에도 불구하고 브러싱 행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상품 리뷰가 안겨주는 구매효과 때문이다. 2017년 노스웨스턴 대학 조사에 따르면 5개의 리뷰가 달린 상품을 구입할 확률은 리뷰가 한 개도 없는 제품들에 비해 27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셀러들은 기를 쓰고 긍정적 리뷰를 남기기 위해 온갖 편법과 불법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브러싱 수법이 노리는 의도에 비춰볼 때 당신이 주문하지도 않은 수상한 소포를 받았다고 해서 당장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내 정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찜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온라인 쇼핑 계좌를 수시로 살펴보면서 수상한 거래 흔적이 나타나면 그 사이트에 즉각 보고하고 비밀번호 변경을 고려하라는 것이 당국의 조언이다.

돈을 받고 하는 허위 상품 리뷰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이런 가짜 리뷰를 믿고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조작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리뷰는 ‘평점 낮은 순’으로 봐야 한다”는 비법이 소비자들 사이에 공유되기도 한다. 이런 리뷰일수록 실제 소비자가 올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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