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대정신과 대선정국

2021-07-12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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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하버드대 교수였던 아서 슐레진저 1세가 55명의 역사학자에게 여론조사를 한 것이 그 효시라고 하던가.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는 학문적 작업 말이다.

올해에도 그 성적표가 나왔다. 비영리방송 시스팬(C-SPAN)이 대통령학에 조예가 깊은 역사학자 142명에게 역대 대통령 평가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링컨, 워싱턴,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 3인의 대통령은 이번 조사에서도 변함없이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분류됐다. 달라진 것은 그 다음 ‘위대함에 가까움’ 등급에 든 대통령들이다.


60년 전에는 4위, 5위, 6위로 각각 랭크됐던 윌슨, 제퍼슨, 잭슨 대통령의 순위가 각각 13위, 7위, 22로 떨어졌다. 반면 랭킹이 급상승한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1961년에는 7위)와 아이젠하워(61년 22위)로 4위와 5위에 랭크됐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나. 세월이 쌓이면서 재조명이 이루어진 탓이다.

세월이 지나도 평가에 아무 변함이 없다. 링컨, 워싱턴,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 3인의 위대한 대통령과 대칭되는 위치, 낙제 등급에 붙박이인 양 그 이름이 올라가 있는 대통령들이 있다. 뷰캐넌, (앤드류)존슨, 하딩 등이 그 면면이다.

무엇이 이들의 평가를 극과 극으로 갈리게 했나.

국가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에 대한 비전, 소통능력, 위기관리 능력, 고결한 성품, 인기 없는 결정도 내릴 수 있는 용기, 현명한 인사정책…. 성공한 대통령에게서 발견되는 덕목들이다. 실패한 대통령들에게서는 이런 특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그 중에서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랄까. 전문가들이 특히 강조하는 덕목은 뚜렷한 비전, 소통능력, 위기관리능력, 그리고 인사(人事)능력이다.

항상 최악그룹으로 분류되는 하딩 대통령의 경우를 보자. 그에게 한 가지 별명이 따라 붙는다. ‘가장 인사를 못한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하딩의 인사 풀(pool)은 주변의 알고 지내는 인물로 제한돼 있었다. 패거리 인사, 코드 인사의 전형이라고 할까. 내각구성은 물론이고 정부 산하기관의 장도 이런 식으로 채웠다. 그 결과 횡행한 것은 부정부패에, 독직 등 온갖 비리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됐다. 하딩 정부의 그 모습이 그렇다. 무언가 데자뷔같이 어른거린다. 문재인 정부다.

청와대는 형사사건 피의자 대기실을 방불케 하고 있다.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고위 인사(장관급 이상)가 서른 명을 넘어선지 오래다. 날로 거칠어지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독주’에 대해 친문 성향의 언론마저 ‘이제는 고민도, 성의도 사라졌다’고 비판을 날리고 있을 정도다.

하딩은 나름 겸손한 측면이라도 있었다. ‘나는 내가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며 스스로 대통령감이 못 된다며 고백(?)을 항상 하고 다녔다고 하던가.

문 대통령, 더 나가 문의 사람들에게서는 립 서비스라도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왜 대선을 이겨야 하나. 그 주장도 그렇다. 대놓고 문 대통령을 위해 이겨야 한다는 식이다. 오직 문대통령의 안위만 중요하고 대선 승리만이 그걸 보장한다는 논리다.

국민이나 국가가 안중에 없기는 민주당 대선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문 정권의 과오에 대한 반성은 없다. 그러면서 무조건 정권재창출을 부르짖고 있다. 그 터무니없는 권력에의 의지라니. 뻔뻔함이 하늘을 찌른다고 할까.

관련해 주목할 사실이 있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들의 토론회가 도무지 흥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가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 이재명 후보의 이 야릇한 발언만 전파를 탄 정도이고.

왜 흥행이 안 되나. 대선정국을 맞아 수권정당에게 우선 요구되는 것은 권력의지를 넘어 시대정신을 대선 전략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2021년 시점의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그러면 무엇인가. ‘공정, 정의, 안전’이라는 가치관으로 요약되고 국민들이 원하는 사회상은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 ‘안전한 사회’라는 것이 국가미래원이 타파크로스에 의뢰해 분석한 2021 ‘소셜 빅데이로 보는 2021 시대정신’ 보고서의 내용이다.

기회와 노력에 대한 공정을 보장하고, 부패 비리에 엄정 대처하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사항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빠지고 여전한 검찰개혁 타령에 문빠 비위맞추기에 급급한 모습만 연출했으니 흥행이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그러면 반문진영의 내년 대선 승리는 따 논 당상인가. 착각이다. 행정부에다가 국회, 사법부, 언론 시민단체마저 장악했다. 한 마디로 막강하다. 그 문 정권은 권력을 내 줄 생각이 전혀 없다. 대선에 지는 날이면 이른바 ‘이권 카르텔’도 해체되는 판이니.

‘대선의 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미국의 선거판에서 항용 들려오는 소리다.

과오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다. 그런데다가 정권재창출만이 살 길이라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시대정신은 결여된 채 터무니없는 권력의지만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더 더욱 알 수 없는 것이 한국의 대선정국이 아닐까.

심상치 않은 검찰과 경찰의 움직임, 또 다시 들려오는 죽창가에 반미 합창. 뭔가 불길한 느낌이…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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