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After You”
2021-07-07 (수)
김길홍 / 목사
정확히 41년 전이다. 샌디에고에 유학이라고 왔는데 학교가 맘에 들지 않았다. 캠퍼스도 작고 커리큘럼도 그렇고 학교 분위기도 기대에 어긋났다. 쉬운 말로 김이 팍 샜다.
영어로 강의를 하는데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학교가 맘에 안 드니 매일 같이 멍하니 앉아있는데 일년 먼저 유학 와 LA의 클레어몬트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는 한 녀석이 놀러왔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다. 서울 성남 고등학교 연대장을 했고 전국을 유도로 제패하던 그 시절 학교의 유도 주장을 하던 쾌남아다. 그는 중앙대를 졸업하고 군에서 영어 통역 장교를 하다가 제대를 하고 유학 온 김정수란 친구다. 그가 경험담 하나를 들려주었다.
교수가 “다음 시간에 매일 강의하는 강의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모임을 갖는다.”고 했는데 자기만 영어를 못 알아들어 원래 강의실에서 한 시간 내내 혼자 앉아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친구가 날 위로하며 1년 고참이라고 가르쳐 준 영어가 위의 제목이다. 백인들 중에 너를 무시해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Go back home)고 하면 꼭 잊지 말고 “After You”라고 하란다.
엄밀히 말하면 이 땅의 주인은 원래 아메리칸 인디언이다. 백인들이 강탈해 빼앗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그러니 저나 나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할 자격이 없다. 더군다나 인디언은 한국인과 조상도 같다는 일설이 있다.
최근 너싱홈 같은 곳에서 한인들이 이런 비하성 용어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After You!”(너부터)라고 하기를 바란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보았듯이 전 세계의 일등국가인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대한민국을 모국으로 가진 우리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다 같이 당당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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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홍 /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