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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준 화백 ‘달 항아리’, 아시안 박물관서 전시

2021-07-02 (금)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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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달이 뜨 듯 찾아 온 작품, 선조의 작품들과 나란히 전시되어 영광”

유영준 화백 ‘달 항아리’, 아시안 박물관서 전시

이조백자 달 항아리를 보고 있는 유영준 화백

유영준 화백의 ‘달 항아리 시리즈’가 SF 아시안 아트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오는 8월 초까지 아시안 아트 한국관에서 전시되는 유 화백의 달 항아리 시리즈는 박물관 내의 이조백자에서 영감받은 작품으로, 아시안 박물관 측이 전격 구매하여 전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유영준 화백은 “달 항아리 알레고리 3점이 선조의 작품들과 함께 나란히 전시되고 있어 영광”이라며 한국의 전통 미술로부터 영감받은 첫 번째 작품으로서 마치 하늘에서 달이 떠 오르듯 행운처럼 찾아온 달 항아리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조백자 달 항아리는 전 세계에 약 50여점밖에 남아있지 않은 작품으로서, 한국의 국립 현대 미술관, 영국, 뉴욕 메트로 폴리탄 그리고 SF의 아시안 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베이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영준 화백은 그동안 시카고 배 화랑 등의 전시회를 통해 ‘자화상’, ‘메모리 오브 타임’, ‘옷 시리즈’, ‘평범한 성자 시리즈’, ‘신화의 알레고리’ 등 새로운 패턴의 작품들을 선보여 왔으며 최근에는 ‘달 항아리 시리즈’ 그리고 의상과 그림이 조화를 이룬 ‘성(聖)과 속(俗)’을 주제로 한 설치 미술에 매진하고 있다.
유영준 화백 ‘달 항아리’, 아시안 박물관서 전시

SF 아시안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유영준 화백의 ‘달 항아리 알레고리’


“나는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시대와 시대를 넘나들며 이미지의 환상 속에서 살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하는 유 화백은 특히 달 항아리 시리즈에 대해 앙드레 말로의 말을 빌어 “도자기야 말로 한국 미술에 있어서 빼놓고는 이야기할 것이 없는, 영감의 보고” 라며 다음과 같이 배경 설명을 더했다.

어느 날 아주 조용한 시간, 달 항아리가 있는 아시안 뮤지움 전시실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새로 설치된 달 항아리는 네모 유리 상자 속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가 달 항아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달 항아리가 나를 보라보는 듯 했고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나는 직관적으로 이 달 항아리가 엄청난 생명체로 느껴졌다. 아마 어떤 이는 이것을 에너지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비쥬얼 아티스트들에게 보는 것은 삶이며 생명이고 또한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작가의 독창성이 시작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모든 아티스트들은 주제를 찾는데 아주 드물게 주제가 나를 찾아 오는 은총의 시간이 있다. 바로 달 항아리의 영감이 찾아왔던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달 항아리의 모습은 팬데믹이 한창일 때 어느날 작업실에서 마치 하늘에서 달이 떠오르듯 떠올랐다. 그것은 그 당시 박물관의 유리상자를 박차고 뛰어나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 달 항아리의 다른 모습이 주었던 영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새로 설치된 달 항아리는 하나의 도자기가 아니라 정신이며 우주 속에 한 행성인 듯 싶었다.


나는 자연의 풍경속에 도자기를 그리며 작업 도중 이미지는 은유와 이미지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 그림을 시작하는 학생들처럼 무의식에 저장된 어떤 경험이라고나 할까, 스쳐간 사물들의 느낌? 전생의 기억? 나는 흰 달 항아리의 생명력과 생의 약동, 깊은 정적, 청아함의 조화를 그림 속에 표현해 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미학적 정적과 그 시대의 위대한 정신들은 새로운 달 항아리의 알레고리로 태어나고 있었다. ▶연락: youngjunelew@gmail.com

▶전시 장소: 아시안 아트 박물관(200 Larkin Street, San Francisco, CA)
▶시간: 목요일 오후 1시~오후 8시, 월~금 오전 10시~오후 5시, 화요일 폐관
▶문의: 415.581.3500 or www.asianart.org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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