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면서 최근만큼 큰 변화를 경험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전례 없는 코로나는 최악의 팬데믹이라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로 인한 최악의 경제 위기를 가져왔으며, 게다가 인종차별과 아시안 혐오라는 상황까지 맞이하게 되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다.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래, 유럽 국가들이 아메리칸 원주민들(북미는 인디언, 남미는 인디오)을 몰아내고 오늘의 북미와 남미를 아우르는 아메리카 대륙을 세웠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본질적으로 이민자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이민의 학문적 정의는 처음에는 용광로(Melting pot) 이론이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가 미국이라는 용광로에 속에 녹아져서 미합중국을 이룬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멜팅 팟 이론은 샐러드 볼(Salad Bowl) 이론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 접시 안에 여러 가지 종류의 야채들이 함께 모여 각각의 특징과 문화를 가지고 한 접시의 샐러드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인종차별의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세계 최고로 발달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진 미국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미국 땅에 건너와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미국인이 되어 살아야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미국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일까?
다원주의 세계에서 진정한 미국인이란 백인, 흑인, 라티노, 아시안 이상의 것이다. 진정한 미국인이 된다는 것은 미국이라는 전체의 일부로서 모자이크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되는 것이다. 샐러드 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한 재료가 되는 것이다.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상실한 채 백인문화에 동화되고, 백인들의 모습을 따라잡기 하면서 사는 것이 미국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인종적으로 다원주의 국가로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 되려고 애쓰는 것이 진정한 미국인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 아시안 혐오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비록 우리는 두 세계 사이에 놓인 주변인들이지만, 주류에서 소외된 주변인이라는 열등의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중심 없는 주변 없고 주변 없는 중심이 없기에 적극적이고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미국인이 되는 것이고, 진정한 코리안 아메리칸이 되어 사는 것이다.
얼마 전 소천하신 신호범 박사(워싱턴 주 상원의원)가 자신은 후일에 묘비명을 “여기 누워있는 사람은 이중문화를 통하여 자기 자신을 알고 세계를 알게 되었다”라고 쓰는 것이 소원이라고 그의 책에서 말한 적이 있다. 코리안 이민자로서 모호한 정체성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어색한 백인 미국인 따라잡기를 하지 말고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주변인의 삶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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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