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 해 동안 워싱턴여성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장학금 수여자 선정 작업을 도와왔다. 내가 2019년 말에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에서 은퇴하기 오래 전부터 교육청 담당자나 학교 교장들을 통해 계속 장학금 정보 제공과 학생들의 신청 독려를 부탁해왔다. 그리고 서류 심사에도 적극 참여해왔다.
그 동안 대학 진학을 앞두고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학생들에게 힘이 되어준 여성회에 감사드린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기금 조성이 쉽지 않았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회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아울러 앞으로도 장학금 수여 활동을 계속할 것을 부탁한다. 특히 장학금 수여 대상이 한국계 학생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모든 학생들에게 열려있다는 점은 한인사회 전체가 본받아야 될 점들 중 하나이다.
이번에 장학금 신청서를 검토하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본다. 그리고 장학금 신청서류에 포함된 에세이들 가운데 하나를 해당 학생의 동의를 받아 부분적으로 소개한다.
우선 장학금 신청자 수는 작년에 비해 적었다. 아마 오래 동안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장학금 정보에 대한 접촉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반면에 신청자들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훨씬 높았다.
또 한편 장학금이라 하면 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아니면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신청조차 생각 못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나 싶다. 이에 장학금 수여 대상에게 요구하는 자격요건을 잘 챙겨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최측이 제시한 자격요건을 살펴보면 성적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즉, 최고 성적이나 최우수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만 대상으로 하는 성적 장학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신청 학생들 가정의 재정 형편이 장학금이 도움 되는 경우여야 하고, 신청자가 살아오면서 혹시 어려움을 겪었던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쉽지 않은 가정 형편 가운데에서도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들이 주요 수여 대상이라는 뜻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남학생들의 신청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남학생들이 신청서류 작성에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에 게으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든 장학금 신청서류 작성이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장학금 신청서류의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은 많아야 5시간을 넘지 않았을 것이다. 에세이 작성에 가장 많은 시간이 들지 모르지만 그런 에세이는 대학교 입학원서 작성 때 이미 써놓았던 것을 약간 수정할 수도 있고, 다른 장학금 신청에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추가 노력이 필요치 않다.
이번에 작성된 에세이들 중 내가 가장 큰 감명을 받았던 것은 어느 학생이 장학금을 받기 위해 보인 노력을 묘사한 부분이었다. 그 학생은 팬데믹으로 인해 파트타임 일자리를 잃었다고 했다. 그래서 대학 진학에 필요한 학비 마련에 더욱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장학금을 신청했던 곳에서 계속 거부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어느 날 하루는 그러한 통지를 세 군데로부터 받기도 했다. 첫 학기가 다 지나갔는데도 장학금은 단 한 곳으로부터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실망이 되었다. 그러나 자기 가족 중 첫 번째 대학 진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은 놓을 수가 없었다. 이에 워싱턴여성회가 제공하는 장학금 신청을 위한 에세이를 또 작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것은 자신이 15번째로 쓰는 에세이라고 했다. 또한 그것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나는 그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 학생이 보여준 노력과 간절함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학생들을 도와주는 워싱턴여성회를 비롯한 장학금 수여단체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문일룡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