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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위기의 가정 해법은 없나?

2021-06-09 (수) 윤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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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상담 전문가들에게 들어본다

▶ 길어진 집콕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우울증, 가정폭력 등 초래

팬데믹, 위기의 가정 해법은 없나?

배기정 상담사(박사) Kay’s 크리스천 컨설팅 클리닉

팬데믹, 위기의 가정 해법은 없나?

송은희 상담사 좋은 마음 연구소



지난 2020년 3월, 워싱턴 지역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왔다. 외출 제한령이 내려지고 모임 규제가 발동됐으며 상당수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초·중·고 대학교들은 온라인 수업을 했다. 이로 인해 집에서 가족끼리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 구성원들 간에 갈등도 생겨났다.
형사사법위원회(NCCCJ)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내 가정폭력이 8.1%가 증가했다. 더불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급격히 증가됐다. 경제적 스트레스와 제한적인 생활로 인한 것이다. 이른바‘코로나 블루’에 이어 화가 치미는‘코로나 레드(Corona Red)’, ‘코로나 블랙(Corona Black)’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워싱턴 지역의 전문 가정상담사인 배기정 상담사(Kay's 크리스천 컨설팅 클리닉)와 송은희 상담사(좋은 마음 연구소)로부터 팬데믹 시대, 위기가 닥친 가정의 원인과 해법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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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원인, 어디에 있나
배 상담사는 “팬데믹 초창기에는 내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제일 컸지만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24시간 가족을 챙겨야 하는 엄마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 “남편들의 경우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체적으로는 편했고 사회적 스트레스는 줄어든 반면 직업 존폐에 대한 두려움이 늘었다. 자녀들의 경우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지내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시세끼를 차리고 육체적으로 지친 엄마들의 스트레스가 쌓여 상처 주는 말을 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해 엄마들 사이에서 ‘돌밥(돌아서면 밥해야 하는 신세)’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송 상담사는 “가족 간의 갈등은 불확실한 미래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갑작스럽게 직면하고 이겨내는데 개개인 각자가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시공간을 함께 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서로 이해하고 참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갈등의 원인은 가족이 24시간 동안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집콕 생활로 불안감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온 가족을 챙겨야 하는 엄마들의 끝없는 집안 일로 스트레스가 급증해 가족에게 상처 주는 말이 오가면서 감정이 상하고 가족 간의 분열이 시작된 것이다.


#부부간의 갈등 어느 정도인가
송 상담사는 “코로나19로 회사들이 타격을 입어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생긴 경제적인 문제와 가사노동, 육아에 대한 분담으로 서로 언쟁을 하거나 심하게는 몸싸움과 폭언, 일시적 가출로 이어지는 사례가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 상담사는 “팬데믹 전에는 남편은 직장에서, 부인은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등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에 친구와 지인들과의 교제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았다”면서 “하지만 매일 24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불만이 쌓이면서 사소한 싸움이 꼬리를 물고 감정싸움으로 발전해 이혼으로 가는 경우도 생겼다”고 소개했다.

집안에서 남편은 서재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부인은 부엌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다른 공간에서 각자 일을 하는 상황이 됐다. 남편은 남편대로 일만 하면서, 삼시세끼를 차리고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인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싸움으로 이어지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대화가 단절돼 부부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또 남편들의 직장 문제로 인해 경제적으로 나빠지는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
배 상담사는 “평소에는 학교를 다녀와서 운동이나 특별활동을 하던 사춘기 자녀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수업이 끝나면 컴퓨터나 전화기로 소셜미디어, 게임,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아무런 제재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전화기 사용에 지침을 주지 않아 절제가 불가능해지면서 훈육이 힘들었던 가정이 상당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상담사는 “어린 자녀들은 온라인 수업 시 처음부터 끝까지 옆에서 봐줘야 했다”면서 “수업 진도를 잘 따라 하지 못하고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수업, 숙제 등을 일일이 체크하고 교사와도 소통을 해야 해서 자녀에게 큰 소리를 내는 부모가 많았다”고 갈등의 원인을 짚었다.
또 대학 기숙사에서 학업을 하던 성인자녀가 집으로 들어와 함께 지내거나 직장을 잃은 성인자녀들이 함께 지내면서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자유를 원하는 자녀 사이에 불화도 증가했다고 한다.
온라인 수업 후 활동량이 적어진 자녀들이 할 일이 없다고 무분별하게 전화기,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그만하라는 부모와 감정이 나빠지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그로 인해 학업 성적이 떨어지고 자녀들도 사회성이 결여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기 힘들어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이 깊어지곤 했다.

#가정에 찾아온 위기
가족이 24시간 집에서 북적북적 대면서 생활하면 외로움과는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오히려 같이 있어도 없는 듯, 서로가 서로에게 무심해지고 사회와 단절되는 느낌을 받아 우울증이 심해져 가족의 위기가 늘었다.
송 상담사는 “우울증 증가는 사회활동과 인간관계가 제한되고, 야외에 나갈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의 제한이 원인”이라면서 “연구소의 상담 경향을 살펴보면 해가 길어지는 늦은 봄과 여름에는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감소하는 추세였는데 팬데믹 이후는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울증이 증가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지만 신체적으로 집안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는 가운데 우울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일조량 감소가 우울증 증가의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그 불안이 높아지면서 자신 혹은 타인,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경향도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배 상담사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많은 가정에서 불안감의 강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우울, 불안, 분노, 가정폭력 등이 나타났다”면서 “가장 많이 나타난 가정 내 위기는 우울증으로 대화 단절과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도 외출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배 상담사는 “가족 구성원 간의 ‘따로 또 같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건강한 의사소통 방식을 알고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녀에게 전화기 사용과 관련해 충분한 대화를 통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나누면서 불필요한 싸움을 줄여 감정싸움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권했다.
송 상담사는 “우선 현실에 대한 순응을 하고, 지금의 어려움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자각을 통해서 자신의 시간을 채워 가면 자신 내부에 대한 갈등과 타인을 향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먼저 우리가 생활 속에 루틴을 무너뜨리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과 햇빛을 보는 것, 산책을 하는 것이 우울감을 낮추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낮추는데 명상과 심호흡 등이 좋다. 또 메신저, 문자 등으로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과 감사노트 쓰기 등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고 운동과 사회적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내 50% 이상의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면서 단계적으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 시간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 그들은 천천히 생각하고 대화하는 습관을 가졌으며 아이들과 취미생활을 함께 해 관계가 더 좋아졌다.
1년 동안의 집콕 생활은 위기였지만 이를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에 순응하면서 우리 모두가 겪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각자의 생활을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연을 즐기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활을 해야 한다.

<윤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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