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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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와 북 사이, 동백 진다’

2021-04-13 (화) 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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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앉고,
섬진강은 참 긴 소리다.
저녁노을 시뻘건 것 물에 씻고 나서
저 달, 소리북 하나 또 중천 높이 걸린다.
산이 무겁게, 발원의 사내가 다시 어둑어둑
고쳐 눌러앉는다.

이 미친 향기의 북채는 어디 숨어 춤추나.
매화 폭발 자욱한 그 아래를 봐라.
뚝, 뚝, 뚝, 듣는 동백의 대가리들.
선혈의 천둥
난타가 지나간다.

문인수 ‘채와 북 사이, 동백 진다’

너는 혼군의 고막을 울릴 목청을 지녔으나 스스로 소리 지르지 못하고, 나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주먹을 지녔으나 펼쳐 놓은 생계가 옹기전이렷다. 답답한 냉가슴과 갑갑한 어깨가 긴 겨울 광장에서 만나니 한눈에 통하였겠다. 백두대간 골짜기마다 백 가지 눈물 지닌 사람들 나와 채를 휘두르니 둥, 둥, 둥~ 마른 고막에 단비 같은 소리울음 들어온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 우리 모두 채와 북 사이 한 생이거늘, 뚝뚝 지고 나면 사랑밖에 무엇 남으리. 반칠환 [시인]

<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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