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킨슨병, 되도록 약 늦게 먹으면 좋다? 틀린 말입니다”

2021-04-13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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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몸이 떨린다. 몸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팔다리 관절이나 근육이 뻣뻣해진다.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걸음이 불편해진다.’ 치매 다음으로 흔한 뇌신경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의 4대 증상이다.

파킨슨병은 뇌 신경세포의 운동 신호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ㆍ저장하는 신경세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발생한다. 환자가 2014년 9만6,000여 명에서 지난해 12만 명을 넘어섰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파킨슨병 환자의 99%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을 ‘황혼의 불청객’으로 부른다.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가 파킨슨병을 제대로 알지 못해 1~2년 이상 방치한다는 점이다. 파킨슨병을 늦게 치료할수록 약물 효과가 떨어지고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늦게 약을 먹을수록 좋다?

파킨슨병은 아직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 ‘레보도파’ 등 병 진행을 늦추는 약을 먹고 운동ㆍ영양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다행히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부족한 도파민을 약으로 보충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파킨슨병은 다른 뇌 질환보다 약물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동호회에서 파킨슨병 약물은 되도록 늦게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글을 읽고 약물 복용을 꺼리면서 운동이나 한방 요법에 의존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매우 잘못된 치료법이다.

뇌에서 도파민이 지속적으로 부족하면 뇌 운동 회로를 포함한 연결기능장애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 증상을 호전시키는 약물이 있기에 억지로 약을 먹지 않고 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적극적인 약물 치료로 증상을 개선하고 꾸준히 운동해 직장 생활과 대인 관계를 원만히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오래 약을 먹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신경세포가 사멸하면 재생되지 않으므로 일단 발병하면 완치하기 어렵다. 그러나 꾸준히 운동을 하고 약물로 병 진행을 늦추고 증상도 상당히 호전시킬 수 있다.


치료는 뇌 속에 부족해진 도파민을 약물로 보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약물 치료는 도파민 전구 약물(레보도파)이 주로 쓰인다. 레보도파가 몸 안에 들어가면 도파민으로 바뀌어 환자의 운동장애가 호전된다.

레보도파를 투여하면 2~3년간은 효과가 매우 좋다. 이를 ‘허니문 기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3년 이상 약을 먹으면 같은 양을 먹거나 복용량을 늘려도 약효 발현 시간이 짧아진다. 게다가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춤추듯이 몸을 흔들게 되는 ‘이상운동항진증’이 나타나기 쉽다. 떨림ㆍ경직ㆍ통증 등이 자주 나타나고, 불안장애ㆍ공황장애ㆍ우울증 등을 겪기도 한다.

그러면 뇌 조직 일부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도파민 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잘못 작동되는 신경회로에 가는 전극을 꽂아 열을 가해 오작동을 막는 ‘뇌심부자극술(DBSㆍDeep Brain Stimulation)’을 받아야 한다.

이명식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은 머리에 작은 구멍을 뚫은 다음에 가느다란 전선을 뇌 시상하핵 부위에 넣어 전류로 자극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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