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해지는 청신호

2021-04-06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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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LA 한인타운에 나가 보면 한두달 전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제대로 된 패티오가 있는 식당은 점심 때는 자리를 잡을 수 없다. 타운내 쇼핑몰과 푸드 코트도 사람들로 북적대고 길마다 차로 넘쳐 난다. AP 보도에 따르면 미국내 교통량은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플로리다 펜사콜라의 경우 작년 4월 코로나 사태 여파로 1, 2월에 비해 교통량이 50% 급감했으나 지난 3월 20-21일 양일간은 팬데믹 이전 수준의 150%를 기록했다.

동물원과 수족관 등 가족과 함께 다닐 수 있는 놀이터가 개장했지만 들어가기 쉽지 않다.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는데 샌디에고 사파리 팍 같은 곳은 한 달 전에 이미 예약이 끝났다. 예약을 하고 가도 사람이 워낙 몰려 들어가면 수십분씩 기다리는 것이 예사다. LA 동물원도 마찬가지다. 1년간 집에만 처박혀 있던 사람들이 이제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뛰쳐나온 것이다.

이처럼 경제 활동이 증가하면서 지난 한 달 간 미국 일자리 91만개가 늘어났으며 실업률은 6%를 기록했다. 물론 아직도 코로나 이전보다 800만 개의 일자리가 부족하지만 작년 이맘 때 2,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회복한 셈이다.


이같은 미국 경제의 회복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주말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경제 연구소를 인용,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세계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도했다. 경제 성장 속도는 중국이 빠르겠지만 경제 규모는 미국이 훨씬 큰 만큼 경제 성장 기여도 또한 더 클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아직도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이 남아 있고 일일 확진자 수가 다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 겨울 같은 대대적 재발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인의 1/3이 이미 적어도 한 번은 백신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번만 맞아도 80%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은 현재 매일 평균 200만을 접종하고 있고 많은 날은 300만도 넘기고 있다.

지난 1일부터 가주에서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데 많은 사람이 몰려 접종 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일부 우려와는 달리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주말 칼스테이트 LA에서 백신을 맞은 한 한인은 예약 신청 하루만에 접종을 받을 수 있었다며 기다리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10여분만에 접종을 마쳤으며 군인 복장을 한 의료진은 매우 친절했다고 말했다. 접종 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는데 이는 접종 후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5분간 차 운전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현재 추세라면 한 달에 6,000만에서 9,000만이 접종을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6월말이면 미국은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이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작년 코로나 초기 방역 성공으로 K 방역이 최고라는 찬사를 받던 한국은 요즘 조용하다. 정부와 국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일 하루 확진자가 500명씩 쏟아져 나오고 좀처럼 줄지 않기 때문이다. K 방역이 더 이상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국민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백신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OECD 37개국 중 꼴찌로 접종을 시작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101번째 접종국이다. 현재 접종률은 1%가 조금 넘어 미국의 33%에 훨씬 못 미친다.

이처럼 백신 확보가 늦어진 것은 초기 방역 성공에 도취해 백신 확보에 별 신경을 안 썼기 때문이다. 정세균 총리는 초기 방역이 잘 되고 있었기 때문에 백신 확보를 등한시 했음을 사실상 실토했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집단 면역에 도달할 것이라 말하고 있으나 현 상황으로 그게 가능할 지 의문이다. K 방역 홍보 비용으로 쓴 수십억을 백신 확보 로비 자금으로 썼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처음 된자 나중 되고 나중 된자 처음 된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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