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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주의와 윤석열주의

2021-03-31 (수)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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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개월 차에 들어선 바이든 정부를 4년 전의 문재인 정부 초기와 비교하면 몇 가지 유사한 현상이 발견된다. 국정의 지표가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이었고 바이든 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인데 표현이 다를 뿐 전임 대통령의 행적을 지워가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당장 경기부양책 같은 급한 불은 껐으나 이민법 개정과 법인세 증세, 총기 규제 등 바이든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려는 개혁 작업들이 발목을 잡힐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강고한 당파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데다 트럼프의 대선불복 주장이 법원에서 종지부를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두운 그림자는 바이든 임기 내내 어른거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시대는 갔지만 그가 등에 올라탔던 백인우월주의와 차별주의는 그대로 남아있어 아시안 계를 향한 혐오범죄가 나날이 확산돼가고 있다. 저소득, 저학력 백인 층의 지지를 받았던 트럼피즘- 트럼프주의가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는 증거다.

파시즘에 가까운 트럼프의 반 지성주의는 증오와 폭력을 에너지로 삼으면서 사회의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른 가장 큰 적폐이며 미국의 수치다. 오죽하면 미중 첫 고위급회담에서 미국이 중국의 인권을 지적하자 중국 대표가 “너희나 잘하라”며 조롱을 할 정도였다. 바이든 정부는 건전하고 정의로운 미국시민의 지지를 받아 하루 빨리 트럼프주의를 극복해서 미국을 양극화 없는 화합과 풍요의 나라로 만들어가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판에 뛰어든 것을 두고 트럼프주의와 닮았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아웃사이더의 정치 진입이라는 것을 빼놓고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윤석열주의가 불만계층을 등에 업기는 했으나 보편성도 없고 하등의 역사적 필연성이나 시대정신이 보이지 않는다.

현직에 있으면서 보수언론 사주들과 유착해오다 그들이 부추긴다고 느닷없이 옷을 벗고 정치에 뛰어든 동기와 과정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하는 것이 이유였다면 검찰에 그대로 남아있어야 했고, 검찰 권력의 공정과 정의를 말하자면 김학의 사건이나 검찰 술 접대문제, 한명숙 사건 그리고 자기 장모나 처 관련 의혹 등을 그렇게 불공정하게 처리하지 말았어야 했다.

오랫동안 부동산부패를 키워온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과오지만 막강한 부패수사능력을 갖고 있었던 검찰총장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그가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뉴욕 “모겐소 검사장의 전기”를 권했다고 하는데 모겐소 검사장은 거악만이 아니라 주변의 어떤 소악과도 싸웠으며 두 번이나 정계진출을 시도했다 실패하고 끝까지 검사 자리를 지킨 사람인 점을 간과했다.

헌법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과거 쿠데타를 일으켰던 독재자나 광주학살을 지휘한 전두환도 똑같은 말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논객이었다가 지금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한 우파 정치인마저 “국민에게 벌을 주는 검사출신이 곧바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손에 피를 묻힌 군인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민주주의가 자리 잡혀가는 나라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문 정서만으로 정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제2당으로 가던 제3지대를 꾸미던 야권에 변변한 주자가 없으니 한번 해볼만 하다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갑자기 올라간 지지도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며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나 할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했다가 지금 교도소에 가있거나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검찰용어로 치면 바로 물증 1호, 2호들이다.

대통령은 검찰이 말하는 법과 양심 외에 경제, 외교, 안보 등의 다양한 식견과 고도의 결단력이 있어야하고 무엇보다도 분단국가의 지도자로서는 민족통합에 관한 담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주의는 그것을 담고 있는가?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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