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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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이 되는 말 한마디

2021-03-26 (금) 박문규 수필가 LA 민주평통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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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어디를 가나 감염병 세계적 유행(pandemic),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늪에 빠져 외출을 못하고 방콕인 가운데 어쩌다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마음 없이 훌쩍 입에서 나가는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있다.

내가 상대방에게 말을 좋게 해야 상대방도 나에게 좋게 한다는 말이 바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격언이다.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나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같은 말이라도 그 의미와 해석이 달라진다. 주고받는 대화란 늘 상대적이기 때문에 이쪽에서 한 말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 말뜻이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이게 모두 Covid-19의 각박한 살림살이로 인한 스트레스 탓인지, 아니면 그저 속 좁은 사람들이 자기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분출하는 못난이의 오기로 볼 일인지.

각박한 다툼의 범위에서 벗어나 이제는 나의 말 한마디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고 더 기운을 내게 하는 자기희생적인 마중물이 되는 말을 먼저 건넬 수는 없을까?


마중물이란 펌프로 물을 끌어올릴 때 맑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물을 일컫는 말이다. 이름 그대로 곧 나올 맑은 물을 마중 나가서 데려온다는 뜻이리라. 마중물은 밑의 맑은 물을 끌어올리고 나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없어지는 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즈음 마중물의 일환인 스티뮬러스 체크(stimulus check)를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해 1,200달러와 600달러를 보내주었고, 현 바이든 대통령도 막 1,400달러를 보내고 있다. 직장을 잃고, 가게는 문을 닫거나 단축 운영으로 절망에 빠져 허덕일 때 바로 이 마중물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마중물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우리가 누구를 만날 때마다 나누는 말 한마디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으로 대한다면 그것이 바로 마중물이 되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다툼은커녕 오히려 서로를 존중하고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말은 부메랑과 같다. 나의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그의 가슴을 멍들게 하면 언젠가 나에게도 그와 같은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 망각의 강이라 불리는 ‘레테의 강’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마음에 쌓아둔 서운한 감정을 깨끗이 잊어버리자. 좀 더 겸손하고 자기 자신을 낮추며 따뜻하고 정다운 대화로 남을 배려하고 상대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로운 마음 가져보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대로 상대방에게 기분 좋고 편한 마음을 주는 고운 말 한마디는 충분히 마중물의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마중물 같은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바꾸고 스트레스를 떨쳐버리며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지혜를 모아 우리 모두 힘든 팬데믹을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노력하자.

<박문규 수필가 LA 민주평통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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