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법무부가 복수국적자의 국적포기 요건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작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헌법재판소의 선천적 복수국적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지 6개월만의 일이다. 이번 대체 입법 연구에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까지 포함하여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정의와 범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병역 관계로 집중되었던 남성위주의 관심이 여성들의 미 정계진출로 인해 앞으로 더 복잡해질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이번 기회에 함께 다루어져야하는 것이다.
그 예로, 미국 최초의 여성·흑인·아시아계 출신 부통령 카말라 해리스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벌써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케냐인 아버지를 둔 버락 오바마에게 출생증명서를 보자고 했듯이 이민 2세인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 나서면 복수국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까? 그녀의 어머니는 인도 출신이고, 아버지는 자메이카 출신이지만 다행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복수국적 논란은 없었다.
왜냐하면 인도 헌법은 해외 출생자에 대해 복수국적을 인정하지 않고, 자메이카 법은 외국 출생자가 국적을 원할 경우에는 국적을 따로 신청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해리스는 인도와 자메이카의 국적이 자동 상실돼 복수국적을 보유한 적이 없다. 따라서 대선에 나오더라도 복수국적 시비는 없을 것이다.
해리스는 부통령 당선 수락 연설에서 “내가 첫 여성 부통령일지는 모르나,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미국은 가능성의 나라임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사상 첫 한국계 여성 부통령은 나올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한국의 국적법은 인도나 자메이카와는 정반대다. 미국에서 한국인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자 한인 2세 여성의 경우 1988년 5월5일생 이후 출생자는 ‘국적 당연 상실’ 제도가 2010년에 폐지됨에 따라 국적이탈을 하지 않는 한 한국 국적을 계속 보유하게 된다. 국적이탈 과정은 1년6개월 정도가 걸릴 만큼 아주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정절차다. 이 때문에 의도했건 안했건, 알았건 몰랐건 상관없이 한인 2세 여성은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복수국적자가 된다.
이제 여성도 미국 정계나 공직에 진출할 때 신원조회 시 복수국적인 줄 몰랐거나 알면서도 거짓 표시를 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에 발탁된 한인 2세 여성이 신원조회 중에 복수국적자에 해당하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당혹해했다. 최근 바이든의 경호팀장으로 발탁된 데이비드 조는 한국계 2세 남성인데 만약 1983년 5월24일 이후 미국에서 출생하고 출생 당시 아버지가 한국 국적이었다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하루속히 한국의 국적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뒤 미국에서 시민권을 받은 후천적 시민권자는 한국 국적이 자동 말소되지만, 외국 출생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한국에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는데 한국 국적이 자동 말소되지 않는 국적법의 모순이 문제다. 7년간 이런 불합리함과 싸워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끌어냈지만, 국회는 대체 입법을 아직도 만들지 않고 있다.
제안하건대, 법무부의 연구나 국회의 입법 방향은 홍준표 법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면 된다. 따라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성과 여성은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한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는 ‘국적 당연 상실제’와 외국에서 17년 이상 거주한 사람은 ‘국적유보제’를 도입해 국적 말소가 되도록 시급히 대체 입법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계 해리스‘와 ‘한국계 오바마’가 미국에서 탄생할 길이 열릴 수 있도록 국회는 입법절차를 속히 진행시켜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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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