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뷰] “고인 평생의 꿈 결실 감사해요” 한국전 참전 용사비 건립 주도했던 고 김진오씨 부인 김정덕씨

2021-03-15 (월) 12:00:00 글·사진 문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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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기억할 수 있는 상징물 있었으면…”

[인터뷰] “고인 평생의 꿈 결실 감사해요” 한국전 참전 용사비 건립 주도했던 고 김진오씨 부인 김정덕씨
김정덕 씨(68)는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인 풀러튼 힐크레스트 공원에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건립 프로젝트를 위해 20만 달러의 종잣돈을 기부하고 주도했던 고 김진오 씨의 부인이다. 지난 2016년 5월 남편이 갑자기 별세한 후 거의 한인사회에 나타나지 않았던 김씨는 한국전 참전 용사비에 관련된 소식을 들을 때 마다 생전에 하루종일 용사비 건립에만 매달렸던 고인 생각에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김정덕 씨에 따르면 고인은 참전 용사비 건립을 위해 한국 방문 중 모 인사를 만나기 앞서 사우나를 하다가 심장 마비로 별세했다. 미팅 전에 항상 사우나를 하는 오랜 습관 때문에 이날도 사우나를 갔다고 한다.

김정덕 씨는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한국전 참전 용사비 기념비 건립에 관련해서 인사를 만나려고 했다”라며 “거의 하루종일 용사비를 어떻게 건립 할 것인지에 매달렸고 가게에 이 일만 전담하는 직원도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 당시 고인의 가장 큰 고민 거리는 한국 정부 기관에서 기금을 지원받는 일이었다고 한다.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해 국회의원을 비롯해 도움이 될 만한 인사들을 만났다. 별세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한국전 참전 미군 용사비 건립은 고인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커뮤니티 봉사라고 생각했다”라며 “집에서도 용사비 건립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온통 참전 기념비 생각뿐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김 씨는 또 “고인은 하늘에서도 참전 용사비 건립이 잘 마무리 되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하늘에서 참전 용사비 건립에 따른 사항에 대해서 이것 저것 지적하고 얘기하고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남편이 (살아 생전에) 제대로 뜻을 이루지 못해 가슴이 아프지만 끝까지 결실을 맺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여러분들이 고맙다”라며 “마지막까지 기념비가 잘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참전 용사비 건립 목적과는 달리 (한인들 중에는) 얼굴만 내세우려는 모습이 보일 때도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건립위원회’(회장 노명수)에서 주도하고 있는 기념비 건립 장소에 고인을 기억할 수 있도록 ‘흉상’ 또는 ‘상징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남편이 운영해온 티셔츠 도매업소인 가든그로브 소재 ‘뉴모드 티셔츠’사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한편 고 김진오 씨는 건강상 문제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한인회장직(2010-11년)에서 물러난 후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건립위원회’를 설립해 한국전에 참전해 전사한 미군 용사들의 이름을 새겨서 기리는 기념비 건립을 2016년까지 추진했다.

그가 별세한 후 3년동안 진척이 없다가 지난 2019년 당초 계획했던 200여 만달러 프로젝트보다 규모를 축소(70여 만달러 예산)해 풀러튼 크레스트 공원 입구에 건립하기로 결정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건립위원회는 고 오 구 씨와 노명수 씨가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오씨가 별세하면서 현재 노명수 씨가 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기념비는 9.28 서울 수복을 즈음해 완공시킬 예정으로 현재 예산은 거의 확보된 상태이다.

<글·사진 문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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