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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장수시대

2021-03-10 (수)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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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래에 백세 타령이라는 것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죽음이란 저승사자가 와서 데려가는 것으로 알았다. 저승사자가 자기를 데리러 왔을 때 그에게 대답하는 노래이다.

“6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었으니 갈 수 없다 일러라/ 7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많아서 갈 수 없다 일러라/ 8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참견 말라 일러라/ 9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든 여행가방 싸고 있으니 기다려라 일러라/ 10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든 오냐 됐다 어서 가자 앞장서라 일러라”

그런데 요즘은 100세 타령을 120세 타령으로 고쳤다고 한다. 좌우간 지금은 장수 시대이다.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사는 것이 지겹다는 소리도 하고 죽지 못해 산다는 말도 듣는다. 인생 고해라고도 말한다. 사는 것이 즐겁지 않고 괴롭다는 뜻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신체가 부자유하고 고독 근심에 싸일 때 사는 것이 무척 괴로워진다. 그러므로 많은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교육 수양 신앙 등이 필요해진다.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고 하는 시간의 내용이 중요하다. 소위 허송세월을 한다면 그의 시간은 허무한 것이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고 노래한 옛 시인의 심정이 이해된다.

알찬 인생이란 보람차게 시간을 보낸 인생이며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낸 인생이다. 그럭저럭 살아도 안되고 빈둥빈둥 살아도 안 된다. 인생이 짧으냐 기냐고 하는 질문은 끝없는 토론의 자료이지만 보람찬 사람에게는 짧고 별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길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쁘게 살고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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